실거주 이유 갱신거절 후 새 임대…대법 "불가피성 집주인이 입증해야"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12일, AM 06:00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실거주하겠다며 세입자의 전세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한 집주인이 2년이 지나기 전 다른 집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려고 새 세입자를 들였다면, 기존 세입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20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 실거주 등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 뒤, 갱신됐을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집을 임대하면 기존 세입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이 '정당한 사유'의 의미를 대법원이 처음 제시한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임차인 김 모 씨가 임대인 신 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김 씨에게 3079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신 씨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 전세 계약 만료를 4개월 앞둔 2022년 5월, 김 씨에게 "아파트에 들어갈 테니 집을 비워 달라"고 통보했다.

2020년 7월 이른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은 계약 만료 전 한 차례 계약 갱신을 요구해 2년 더 거주할 수 있고, 집주인은 실거주 등 법에 정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이에 김 씨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신 씨는 자신의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한 뒤 거주했다. 그런데 신 씨는 2024년 2월 다른 사람과 보증금 8억 2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김 씨는 "아파트 직접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는데,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다면 갱신됐을 기간인 2년이 만료하기 전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를 해줬다"며 갱신 거절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신 씨는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실제 거주했고, 다른 부동산의 6명의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을 동시에 요구하는 등 갱신 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이 생겨 부득이하게 다른 사람에게 아파트를 임대한 것"이라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맞섰다.

1심은 6명의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동시에 요구한 것은 갱신 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신 씨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신 씨와 제3자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금지한다면 신 씨로서는 약 3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해 아파트를 매도하는 등의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신 씨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제한이 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단순히 '경제적 사정이 급하다'는 사유만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임차인 6명에 대한 보증금 반환 채무는 신 씨가 김 씨의 계약 갱신을 거절할 당시 이미 성립된 채무로, 2024년 2월경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이행기가 도래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씨가 6명의 임차인에게 받은 임차보증금을 다른 용도로 소비한 후 기존 계약이 종료될 무렵 새로 체결할 임대차계약 보증금만으로 기존 임차인들에게 반환할 돈을 전부 마련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은 갱신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심은 신 씨가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 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 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인 3079만 여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임대인이 갱신거절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인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했어야 하고,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하는 것이 불가피했어야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며 "이에 대한 증명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신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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