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공소청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수사·기소 완전 분리' 과정에서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됐고 검사의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사건 관계인이 제출하려는 서류가 증거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안내해 주어야 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정연 수원지방공소청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41기)는 최근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개정 형사법령 질의답변 게시판에 올릴 내용 같기는 하나, 조속한 검토를 위해 이 게시판에 올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검사는 "오늘도 검사실에는 사건 관계인들로부터 '제출하고 싶은 자료가 있는데, 서류를 어디에, 어떻게 제출하면 되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용도 모르는 서류이지만 혹시라도 '검사 묻었다'는 이유로 나중에 증거로 쓰이지 못할까 싶어 확답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검사실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김 검사는 "다른 검사실에서 '경찰에 제출하는 게 좋겠다'고 안내를 했더니 민원인으로부터 '경찰에서는 사건이 이미 송치됐다며 받아주지 않는다, 대체 어쩌란 말이냐'는 하소연을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확보한 어떠한 자료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 제1항은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 재수사요구 여부의 결정 및 공소유지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 사건 관계인, 전문가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거나 의견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조 제3항은 '검사는 사실관계 확인에 따른 고소인 등의 면담을 통해 취득한 진술·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김 검사는 "우리(검사)의 제출 요청 없이 사건 관계인이 자발적으로 서류를 제출한 경우라도 신청을 받으면 형소법 제245조의13 제1항에 해당하고 제3항에 따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공소청 검사들의 댓글 10여 건이 달렸다. 검사들은 저마다의 법률 해석과 실무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안미현 대전지방공소청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공소청 본청(구 대검찰청)에서 (서류를) 받아도 된다고 지침을 내리더라도 형사소송법 해석상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는 소지가 완전히 열려 있다고 보인다"며 "해당 서류를 경찰에 제출해 추송받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적었다.
또 "민원인들에게는 추후 공판에서 다툼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부득이하게 이러한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지방공소청의 한 검사는 "일단 검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법원, 경찰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수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제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추가 확인이나 자료 확보가 필요한 경우에는 경찰에 보완요구, 법원에 사실조회 등 신청, 일응 관련자로 보이는 사람(수사경찰 포함)에 대한 증인 신청 등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은 지금보다 더 지연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사건이 검찰에 있어 자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하면 사건 관계인이 검찰에 자료 제출 관련 요청을 했으니, 이를 포함해 다시 보완수사하도록 보완수사요구를 하는 게 좋지 않냐"며 "절차 지연은 불 보듯 뻔하지만 제도가 이렇게 돼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일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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