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윤석열 방어권 보장안' 대국민 사과키로(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12일, PM 07:16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7차 전원위원회에서 회의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6.10.12 © 뉴스1 김명섭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의결한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했다. 석 달에 걸친 논의 끝에 기존 결정을 폐기하는 내용은 제외하고 사과만 하기로 수정 의결했다.

인권위는 12일 오후 제17차 전원위원회에서 '제25-01호 전원위원회 의결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의결의 건'을 찬성 6명, 반대 4명, 기권 1명으로 수정 의결했다.

'尹 방어권 보장안' 폐기 않고 '사과'키로
해당 안건은 지난해 2월 10일 인권위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권고한 결정을 폐기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숙진 상임위원을 비롯한 진보 성향 인권위원 5명이 지난 7월 13일 안건을 발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문안 가운데 지난해 2월 인권위 결정 자체를 폐기하는 내용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비상계엄이란 국가 폭력으로 유린당한 일반 국민의 인권을 외면하고 내란 우두머리와 중요 임무 종사자들의 방어권만을 비호한 해당 결정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이로 인해 공익에 실망과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취지의 사과만 진행할 전망이다.

이날 이숙진·오영근·소라미·오완호·조숙현·김민문정 등 진보 성향 위원 6명은 찬성했으며, 김학자·강정혜·한석훈 위원 등 보수 성향 인권위원 3명과 중도 성향인 김용직 위원 등 4명은 반대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기권했다.

안건을 발의한 진보 성향 위원들은 12·3 비상계엄 당시 훼손된 인권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기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표 발의자인 이숙진 상임위원은 "사과 안건은 과거의 의결을 역사에서 지우거나 이미 이뤄진 행위에 대해 소급해 없었던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시 의결이 국가인권기구의 본래적 책무에 부합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이를 더 이상 국가인권위원회의 공식 입장으로 유지하지 않겠다라는 새로운 기관 의사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보수 성향 위원들은 과거에 적법하게 이뤄진 인권위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인권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김학자 상임위원은 "인권위 판단이 위원회 구성원 교체에 따른 내부 세력 관계 변화에 따라 변경되거나 번복되는 건 정당하지 않다"며 "사과라는 건 일종의 윤리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기존 의결에 참여해서 찬성 의견을 낸 위원들과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이번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위원들에 대해서도 윤리적 의사 표현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보장안'에 반대했으나 이번 사과 안건에도 반대한 김용직 위원은 "과거 의견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얼마든지 가능하나 그 평가에는 헌법과 법률의 한계가 있어야 한다"며 "인권위의 헌법적 가치와 존립 기반을 지키기 위해 이번 사과 및 반성에 대해 명백히 반대한다"고 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7차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6.10.12 © 뉴스1 김명섭 기자

안창호 위원장 "조직 정상화 위해" 기권…발의 위원들 "인권위 정상화 단초"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이번 안건에 대해 별도 의견을 내지 않기로 결정하며 기권했다.

안 위원장은 "인권위 결정은 계엄을 옹호하거나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며 "지난해 2월 인권위 결정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과 진의에 대한 오해와 논란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인권위 결정은 존중돼야 하고 폐기하거나 대국민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 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는 1년 이상 지체된 승진인사 문제 해결"이라며 "위원장으로서 조속한 조직 안정화를 통해 인권위가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5명의 위원님들이 제출한 이번 안건에 대해 별도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가 종료된 뒤 진보 성향 위원 6명은 기자들을 만나 이번 의결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오완호 위원은 "(방어권 보장안 폐기하기로 한 기존 안이)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사과한다는 것이니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폐기'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오 위원은 "개인적으로 이번 안건이 인권위 정상화에 단초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부하에서 파행적으로 인권위가 흘러왔고 내부 구성원들도 굉장히 좌절하고 힘들어하고 결정 자체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사과의 건 자체를 통해서 나름대로 반성할 수 있는 계기로 정상화의 단초가 되는 중요한 결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안건은 결정문 형태로 발표될 예정이다. 결정문이 나오는 데는 1~2주가 소요될 전망으로, 안건을 발의한 위원들은 별도 사과문 작성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3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인권위바로잡기공동행동은 이날 전원위 개최에 앞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위원장이 위원들의 안건 상정권과 의결권을 침해했다며 안 위원장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청구에는 시민 320명이 참여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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