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한도 몰라요”…점자 의무화 2년에도 의약품 정보는 '깜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3일, AM 05:41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점자 표시 의무화 의약품 유통이 2년이 넘었지만 정작 시각장애인들은 의약품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약 안전성과 결부되는 의약품 유효기한도 점자로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부 제품은 점자가 그림처럼 표시돼 제품명조차 알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글 점자의 날'을 하루 앞둔 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랑샘도서관에서 관계자가 점자책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글 점자의 날'을 하루 앞둔 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랑샘도서관에서 관계자가 점자책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점자 표시 대상 의약품 34종에 점자가 모두 올바르게 표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음성과 수어영상을 보여주는 코드 역시 제대로 연계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의약품은 시·청각 장애인의 소비가 많은 품목으로 점자·코드 표시를 의무화한다는 개정안은 지난 2024년 7월 시행됐다.

실제 의약품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나 코드가 표시돼 있어도 이를 읽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호소한다. 저시력 장애를 가진 최모(47)씨는 “점자를 너무 작게 만들거나 바짝 붙여 만들어서 단순 점자인지 디자인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의약품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례가 14종에 달했다.

대표적인 문제가 포장 때문에 점자를 읽지 못하는 사례다. 부착형 파스인 ‘제일쿨파프’는 상품이 비닐로 포장돼 점자를 읽을 수 없었다. 사용법 등이 나오는 코드를 찾기도 어려웠다. 타이레놀에는 의약품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코드가 있지만 코드 주변에 시각장애인이 손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양각 테두리가 없었다.

음성 안내 코드의 방식이 제품마다 다른 점도 한계다. 취재진이 구매한 의약품 중 코드를 병기한 포장지에도 QR코드와 바코드가 혼재돼 있었다. 게다가 QR코드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바코드의 경우 의약품안전나라 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하나하나 검색해봐야 해 장애 당사자가 이용하기 번거로운 상황이다.

남정한 실로암장애인복지관 정책국장은 “인공지능이 진화하고 있는지만 장애인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우니 제도만 만들어놓고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식약처 고시 기준이 점자의 점 간격과 높이, 길이를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맞추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 의원은 “점자 표시 제도는 ‘시각장애인이 실제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표시를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직접 이용하는 시각장애 당사자의 기준에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무 대상 외에도 점자 표시가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적극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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