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올해 2조 8000억 적자 전망…보험료 동결 뒤 인상 부담 커지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3일, AM 09:14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2조 8000억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건강보험료율 동결로 가입자의 당장 부담은 덜었지만 진료비 지출이 늘면서 향후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 본사 전경(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 본사 전경(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2026~2030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조 8374억원 적자로 예상됐다. 올해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그만큼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뜻이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쌓아둔 돈을 사용하면서 연말 누적준비금은 27조 3844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 병·의원과 약국 등에 지급하는 진료비 약 3개월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키우는 주요 요인은 고령화와 의료 지원 확대다. 2024년 65세 이상 진료비는 52조 1935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4.9%를 차지했다. 비상진료체계 유지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필수의료 지원 등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도 8조 6000억원을 넘었다.

중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공단은 건강보험 사업의 부채비율이 올해 71.2%에서 2028년 89.2%, 2029년 98.7%로 높아진 뒤 2030년에는 107.4%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비율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과 비교해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00%를 넘으면 부채가 순자산보다 많다는 뜻으로, 공단이 정한 관리 목표인 ‘100% 이하’를 벗어나게 된다. 건강보험 부채에는 병·의원 등에 앞으로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료비도 포함된다.

문제는 이 전망이 보험료율을 계속 올린다는 가정 아래 나왔다는 점이다. 공단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보험료율이 매년 1.49%씩 오르고 정부 지원도 확대되는 상황을 전제로 재무계획을 세웠다. 보험료율을 해마다 높여도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내년 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점수당 금액도 211.5원으로 유지했다.

보험료율이 동결됐다고 전체 보험료 수입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의 소득이 늘면 보험료 수입도 증가할 수 있다. 복지부는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추가 보험료 수입 3조8000억원과 약값·검사비 조정, 부당청구 관리 등을 동결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예상한 추가 수입과 지출 절감이 실제로 이뤄지는지가 향후 재정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진료비는 늘어난다. 내년도 의료 수가는 평균 1.65% 인상돼 건강보험 재정 1조 2058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수가는 건강보험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진료 대가로, 같은 진료를 하더라도 수가가 오르면 건강보험 지출이 커진다.

정부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건강보험 지원금은 13조 8000억원이다. 올해보다 약 1조 1000억원 늘었지만, 보험료 예상 수입 대비 지원율은 14.4%로 법에서 정한 지원 기준인 20%에 못 미친다.

보험료 동결 이후의 부담도 과제로 남는다. 공단 안팎에서는 2030년에도 최소한의 준비금을 유지하려면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보험료율을 매년 2% 이상 올려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실제 인상 수준은 보험료 수입과 진료비 지출, 정부 지원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단은 5년간 16조 4565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하면서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려면 정부 지원을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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