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현장에서는 관련법 시행을 비웃듯 면접 등 방법만 살짝 바꾸는 방식으로 꼼수 레벨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만들어졌음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7세 고시 금지법’ 시행에도, 교육청 준비 미비
13일 이데일리가 전국 교육청의 학원 관련 조례·시행규칙 개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교육청 16곳 중 10곳은 상위법인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이 개정됐음에도 하위법령인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학원 조례 시행규칙)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입법예고를 하지 않은 지역은 △인천 △강원 △충북 △전남광주 △부산 △경남 △울산 △세종 △대전 △제주 등 10개 교육청이다. 이들 교육청은 자치법규에 상위법의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학원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하지만 아직 내부 검토 중인 상황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한 학원법과 학원법 시행령은 학원이 유아를 모집하거나 수준별로 반을 배정하기 위해 시험·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에서 소위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학원법 시행령에 따라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아울러 학원법은 레벨테스트를 하는 유아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교습정지나 등록말소 등 교육청 차원의 행정처분도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은 교육청의 조례·시행규칙에 위임했다.
하지만 아직 준비를 하지 못한 교육청 10곳은 레벨테스트를 하는 학원에 벌점을 부과하거나 교습정지·등록말소 등 비금전적 행정처분을 내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A 교육청 관계자는 “현행 조례 시행규칙상 과태료 처분 외에는 행정처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교육청 관계자도 “레벨테스트를 하는 영어학원에 비금전적 행정처분을 하기엔 법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자료= 법제처·교육청, 그래픽= 문승용 기자)
학원가 현장에서는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 레벨테스트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필기시험 대신 인터뷰나 사전 체험 수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사실상 레벨테스트가 진행되는 셈이다. 결국 부모와 아이들의 부담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구조인 것이다.
서울 소재의 B어학원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알파벳부터 시작하는 반을 위한 레벨테스트는 없다”면서도 “이미 수업을 진행하던 아이들과 같은 반으로 가기 위해서는 원장과 간단한 인터뷰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송파 지역의 대표적인 영어유치원으로 꼽히는 C어학원도 “정식 시험은 아니지만 기존에 수업하던 반에서 사전 체험 수업을 해봐야 한다”며 “기존 반과 맞는 수준으로 어느 정도 수업이 되는지 봐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런 상황 탓에 학부모들은 레벨테스트 금지 조치가 체감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7세·1세 두 아이를 키우는 이모(33) 씨는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건 알았지만 체감하지는 못했다”며 “레벨테스트를 이름만 바꿔서 등급을 나누는 영어유치원이나 학원도 부모들이 그걸 원하니 원아 모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레벨테스트 금지에 따른 후속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레벨테스트를 시험 형태가 아닌 관찰이나 인터뷰, 놀이를 통해 평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풍선 효과처럼 새로운 방식의 테스트를 준비하는 기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