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는 따로 운영하는 의학과 한의학의 교육·면허체계를 하나로 바꾸자는 논의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는 인정하면서 새로 배출할 의료인의 교육부터 단계적으로 합치는 방안을 제안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와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조건을 달아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에 기반한 교육을, 한의협은 기존 한의사의 지위와 진료 권한 보장을 강조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사회적 논의의 틀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초음파부터 피부미용까지…“누가 할 수 있나” 공방
의료일원화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의사와 한의사의 반복되는 업무 범위 갈등이 있다. 한의사가 어떤 검사와 치료를 할 수 있는지를 두고 양측이 맞서고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체 장기 등을 영상으로 살펴보는 초음파 검사다. 대법원은 2022년 12월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초음파기기가 한의학의 원리로 제작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기 사용을 불법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환자에게 위험을 줄 우려와 한의학적 진단을 돕는 용도로 사용했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엑스레이를 놓고도 갈등이 이어졌다. 엑스레이를 이용하는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죄가 확정되자 한의계는 엑스레이 사용 확대를 요구했다. 골밀도 측정기 사용 사건의 판결을 다른 엑스레이 검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한의사가 방사선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최근에는 피부미용 시술로 논쟁이 번졌다. 한의계는 레이저와 처진 피부를 개선하는 리프팅 기기 등을 활용한 진료 확대를 내세웠다. 과거 침 대신 레이저로 경혈을 자극하는 ‘레이저침’이 인정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의료계는 레이저침과 피부 조직을 제거하거나 색소·흉터를 치료하는 시술은 목적과 위험성이 다르다며 반발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양측의 갈등은 ‘같은 기기와 기술을 누가 사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한의계는 검사와 치료의 선택지를 넓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의사와 한의사가 받는 교육이 다른 만큼 환자 안전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맞선다.
의료일원화는 기기마다 사용 가능 여부를 다투는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이다. 새로 배출할 의료인이 공통 교육과 충분한 진료 훈련을 받고 능력을 평가받는다면 검사·치료에 필요한 기준도 함께 마련할 수 있다. 다만 기존 의사와 한의사의 진료 범위를 바꾸려면 별도의 교육과 자격 기준 등을 논의해야 한다.
환자에게 중요한 변화는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는 불편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병·의원과 한의원을 함께 이용할 때 검사 결과와 치료 내역을 공유하면 증상과 치료 이력을 다시 설명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하는 부담을 덜 수도 있다.
다만 통합 방식에 대한 양측의 생각은 아직 다르다. 의협에서는 의학과 한의학 교육을 합치려면 한의대 폐지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한쪽이 다른 쪽에 흡수되는 방식에 반대하며 기존 한의사의 진료 권한 보장과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양측이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합칠지는 합의하지 못한 셈이다. 새로 배출할 의료인의 교육을 바꾸는 문제와 이미 진료 중인 의사·한의사의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문제는 각각 따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 통합이 시작되더라도 기존 의료인 사이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국민들은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는 불편과 불필요한 검사비가 줄었는지,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나아졌는지가 핵심이다. 환자·시민이 대학과 면허체계 개편 과정에서 논의에 참여해야 할 이유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일원화 논의가 환자중심과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