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퇴치" 조카 숯불 고문 살해 무속인, '징역 7년 감형' 대법서 뒤집혀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14일, AM 06:00

대법원 전경 © 뉴스1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며 조카를 숯불로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형량이 대폭 줄어든 80대 여성 등 일당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 혐의만 인정한 2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다시 2심으로 돌려보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무속인 심 모 씨(81)와 자녀 허 모 씨 등 4명, 피해자 A 씨의 친오빠와 사촌 언니 등 7명에게 살인 및 살인 방조 혐의가 아닌 상해치사 등 혐의만 적용한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심 씨 등은 지난 2024년 9월 중순쯤 인천 부평구 음식점에서 숯불을 이용해 조카인 30대 여성 A 씨를 살해 또는 이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심 씨는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A 씨에게 따로 월급을 주지 않고 식당 수익을 독점했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A 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떠나겠다고 하자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며 숯불 등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친인척들과 신도를 불러 A 씨를 철제 구조물에 가뒀고, 3시간 동안 A 씨 신체에 숯불 열기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식을 잃은 A 씨는 사건 당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20일 오전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신도들에게 굿이나 공양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무속을 동원한 정신적 지배(일명 가스라이팅)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심 씨에게 무기징역을, 심 씨 자녀 2명에게 징역 2년, 나머지 2명에겐 징역 20년, 그리고 A 씨 친오빠와 사촌 언니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 살인 혐의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 심 씨는 무기징역에서 징역 7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자녀들도 징역 2~3년에 집행유예 5년, 친오빠와 사촌 언니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줄었다.

2심은 이들이 A 씨를 살해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주술의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심 씨가 경제난에 몰려 식당 수익을 독점하려고 A 씨를 살해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심 씨 등이 주술행위의 효험을 실제로 믿은 상태에서 의식을 벌였기 때문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데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심 씨는 자신의 명령을 거역하고 식당에서 떠나려는 피해자의 의사를 강력하게 억압할 동기가 있었고, 이를 위해 주술의식을 동원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주술의식 중단을 호소하고 여러 차례 경련을 일으키다가 의식을 잃었음에도 주술의식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또 대법원은 심 씨 등이 주술의식 종료 후에도 심폐소생술 등 일시적 구호조치만 한 점, 범행현장을 정리한 뒤 2시간이 지나서야 119 신고를 한 점, 구급대원 등에게 거짓 진술을 한 점, 사망 후 A 씨의 휴대전화를 소각한 점 등을 언급하며 "심 씨의 자녀들은 A 씨가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하더라도 끝까지 심 씨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 씨의 주술의식은 무속인 40년 경력에서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행위로,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된 의식이 아니었다"며 "'주술로 악귀를 퇴치하겠다'는 의도와 '위험성 있는 주술의식으로 A 씨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양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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