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가 13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10.13 © 뉴스1 이종수 기자
'송파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 등 보복성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스마트워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가해자의 접근을 물리적으로 차단해 범죄를 예방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피해자가 살인·살인미수 범죄를 당한 사례는 총 25건(살인 14건, 살인미수 11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8건, 2023년 1건, 2024년 5건, 2025년 9건, 2026년(7월까지) 2건으로 꾸준한 피해 사례가 보고된다. 이외 범죄 유형까지 고려한다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선 혼인무효 소송 중 아내를 폭행해 경찰 수사를 받던 20대 남성이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 제주에서도 교제 폭력과 스토킹 등에 시달리던 여성이 옛 연인에 의해 살해됐다. 지난달 경기 광주에서도 60대 여성이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세 사건 피해자 모두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상태였다.
스마트워치는 위급 시 긴급 버튼을 눌러 112 상황실에 실시간 위치를 전달하는 장치다. 하지만 범행이 임박한 순간이라면 피해자가 워치로 신고했다 해도 경찰이 제때 현장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워치 조작을 감시당하거나 착용을 잊어버리는 변수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마트워치는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효과는 있지만 급박한 위험을 물리적으로 대처하기엔 한계가 크다"며 "결국 피해자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거나 가족·지인과 함께 다니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등 피해자에게만 위험 방어의 부담이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의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CCTV와 민간 경호 위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능형 CCTV는 가해자의 배회나 침입 시도를 사전에 감지해 피해자에게 알리고, 침입 시도 시 112 자동 신고까지 연계할 수 있어 실질적인 예방 효과가 크다.
다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 때문에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지능형 CCTV와 민간 경호 위탁은 예산이 많이 소요돼 현재는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 '매우 높음' 등급에만 제한적으로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능형 CCTV는 내년분 예산 증액을 요청할 예정"이라면서도 "범죄 피해자 보호 기금으로 운영되는 민간 경호는 여전히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스마트워치 등으로 피해자 신고를 돕는 수준에서 벗어나 보복 범죄 고위험군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적극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예산 확충과 함께 해외 주요국처럼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격리하거나 추적하는 선제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생활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마저 위반할 정도라면 가해자의 보복 감정은 극에 달한 것인데, 피해자는 범죄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경하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해외에서는 접근금지 위반을 강력한 범죄 전조로 보아 유치장 유치나 구속 등 인신 구속을 즉각 실시한다"며 "가해자가 100m 이내로 접근하면 피해자와 관제시스템에 동시 알람이 울려 경찰이 즉시 출동하는 양방향 GPS 부착 등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감시·추적은 자칫 개인의 자유·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숙의 과정을 통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곽 교수는 "사회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나 인권을 일부 제한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후 관련 장비 개발과 시스템 구축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hug@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