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페널티 없애고 청년 돌봄일자리 키운다…인구정책 새판 짠다(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4일, PM 05:54

[이데일리 이지현 김상윤 기자] 앞으로 결혼했다는 이유로 정책대출에서 제외되거나 공공임대주택을 떠나야 하는 불이익이 줄어든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청년 돌봄 전문직도 육성한다. 정부가 결혼·출산의 문턱을 낮추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인구정책을 전환한다.

인구전략위원회가 14일 발표한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제시한 종합 인구정책이다. 출산율 제고에 집중했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청년의 결혼·출산·일자리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인구감소에 맞춰 사회경제 구조를 바꾸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인구전략위원회 토론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사회 공동책임”이라며 출산·양육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신혼부부 정책대출의 소득요건을 완화한다. 부부 중 한 사람만 소득기준을 충족해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미혼 청년이 결혼으로 소득·자산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재계약을 허용한다. 결혼으로 가구소득이 늘었다는 이유로 주거지원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청년층의 내집 마련도 지원한다. 만 39세 이하 청년이 생애 처음으로 4억원 이하 비아파트 주택을 구입하면 최대 2.1%포인트의 금리우대를 제공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신설한다. 청년과 신혼·양육가구가 선호하는 지역에는 공공주택 57만 1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출산·양육 지원도 확대한다. 기존 지원체계를 개편해 아이맞이지원금을 첫째 10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 이상 1500만원으로 늘리고 지방 우대 적용 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예술인과 특수고용 근로자,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에게는 월 50만원씩 3개월간 최대 150만원의 육아수당을 신설한다.

특히 청년 일자리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돌봄 전문직 육성이다. 정부는 7개 도전과제 중 하나로 ‘에이지테크 기반 청년 돌봄 전문인력 양성’을 제시했다. 고령화로 늘어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하면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하는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인구전략위원회 내부에서는 청년 요양관리 전문인력 10만명을 양성하고 초임 연봉 4000만원 수준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존 돌봄 일자리의 낮은 처우와 높은 업무 부담을 개선해 청년이 선호하는 전문직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인력 규모와 임금 수준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도 돌봄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낮은 보상을 지목했다. 그는 “보상이 낮으니까 국내에서는 사람 못 구하는 문제도 있을 것”이라며 “보상을 늘리거나 처우 개선을 통해서 늘려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관건은 재원과 고용체계다. 청년 10만명에게 연봉 4000만원을 지급한다면 연간 급여 총액만 4조원에 달한다. 교육·훈련비와 장비 도입비 등은 별도다. 누가 인력을 고용하고 임금을 부담할지, 기존 요양보호사와 업무를 어떻게 나눌지도 구체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구정책의 방향 전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실질적인 실행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기존처럼 부처별로 사업을 추진하고 예산을 사전 협의하는 방식만으로는 인구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 특별회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러 부처에 흩어진 인구 관련 재원을 집중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별도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돌봄 일자리 구상에 대해서도 임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이 원장은 “업종 자체를 고도화해야 한다”며 “단순히 종사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 자체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기존의 지원사업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미래 인구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방향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인구정책이 일자리와 주거, 지역 등 여러 분야로 확대된 만큼 다른 위원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정책을 실제로 관철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지금 구조에서는 부처 간 조정 권한과 실행 수단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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