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불자 귓속에서 “삐~”… 가을철 심해지는 ‘이명’ 주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5일, AM 07:24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주부 B씨(53)는 최근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밤마다 귀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간헐적으로 느껴지던 “삐~” 하는 고음의 소리와 조용한 밤이면 찾아오는 “웅-” 하는 저음의 기계음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달 들어 눈에 띄게 커졌기 때문이다. B씨는 “낮에는 조용한 방에 들어갈 때만 조금 들리던 소리가 밤이 되면 머릿속 전체를 울리는 것 같아 두통과 불면증까지 생겼다”고 호소했다.

B씨처럼 추운 날씨와 함께 이명 증상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이명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국내에서 매년 약 3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늦가을부터 겨울철(10월~2월) 사이 이명 관련 진료 건수가 타 계절 대비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Tinnitus)은 외부의 음향적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본인의 귀나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추워질 때 이명 증상이 악화되는 주요 원인으로 ‘혈관 수축’을 꼽는다.

기온이 내려가면 인체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 과정에서 귀 내부 내이(속귀)와 달팽이관으로 들어가는 미세혈관 역시 좁아지게 된다. 달팽이관 내부의 청각 세포는 혈액 및 산소 공급에 매우 민감하여 혈류량이 줄어들면 자극을 받아 이상 소음 신호를 뇌로 전달하게 된다.

또한 겨울철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기, 비염, 중이염과 같은 질환의 발생도 귀 내부 압력 조절 이상을 일으켜 이명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일조량 감소에 따른 계절성 우울감이나 피로 누적 역시 뇌가 소음을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이명은 발생 기전에 따라 혈관 이상이나 근육 경련 등으로 타인에게도 들릴 수 있는 ‘타각적 이명’과 본인에게만 들리는 ‘자각적 이명’으로 나뉜다. 특히 추운 날씨에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서 혈관성 이명이 증가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명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불안장애, 우울증 등 2차적인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청력 저하가 동반된 경우 난청이 급격히 진행될 위험도 존재한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표준순음청력검사, 어음청력검사, 이명도 검사 등을 통한 원인 파악이 우선이다. 치료는 내이 미세혈관 혈류를 개선하는 약물 치료를 비롯해 이명 소리에 뇌가 적응하도록 돕는 소리 치료(음향 치료), 보청기 착용, 이명 재훈련 치료(TRT),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 등을 환자 상태에 맞게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김형진 다인이비인후과전문병원 귀질환 센터장은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시기에는 귀 주변 혈관이 수축하면서 이명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크게 늘어난다”며, “이명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나 불치병으로 오인해 고통을 참다가 증상을 키우는 경우가 많지만, 발생 원인을 정확히 찾고 조기에 치료하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귀에서 삐 소리나 기계음이 지속되거나 난청, 어지럼증이 동반된다면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외출 시 귀와 목을 따뜻하게 감싸 체온을 유지하고, 과도한 스트레스와 카페인·염분 섭취를 줄이는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은 대부분 위험한 질환은 아니지만, 때로는 돌발성 난청이나 청신경 종양, 메니에르 병 같은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며, 또한 숨겨진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귀 속 소리가 반복되거나 일상에 지장을 준다면 ‘견디는 병’이 아니라 ‘진단이 필요한 증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찬 바람 불자 귓속에서 “삐~”… 가을철 심해지는 ‘이명’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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