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3900만원 결국 못 받는다”…최서원 병원비, 소멸시효 완성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5일, PM 04:41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자신의 병원비 3900여만원을 대신 낸 정부에 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최서원씨. (사진=뉴시스)
최서원씨.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민사210단독 김도요 부장판사는 15일 정부가 최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최씨는 2019년 7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중 목욕탕에서 넘어져 2020년 5월부터 7월까지 강동성심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았다. 최씨가 경제적 사정을 들어 진료비를 내지 않자 서울동부구치소는 같은 해 10월 23일 진료비 3927만원을 대신 냈다.

구치소는 같은 달 28일 최씨에게 진료비 납입을 고지했지만 이후 5년 가까이 별다른 후속 절차를 밟지 않았다. 교정당국은 지난해 11월에야 대납 사실을 인지해 소송을 지시했고 서울동부구치소는 같은 달 25일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최씨가 병원비를 부담할 의무는 있다고 봤으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있다”며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재정법 96조 1항에 따르면 국가의 금전채권은 5년이 지나면 소멸하기에 구상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판단이다.

쟁점은 서울동부구치소가 보낸 납부 최고 통지가 시효를 중단시켰는지였다. 정부 측은 2020년 10월 최씨에게 전달된 납부 최고 통지가 납입 고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납부 기한인 30일이 지난 뒤부터 시효가 새로 진행돼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치소가 채권관리관과 부소장이 참여한 납입 결의를 거쳐 납부 기간과 장소 등을 적은 통지를 보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납부 최고 통지는 법령이 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며 “법령에 따라 납입 고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 측은 납입 고지에 필요한 채권관리관이 참여한 교도관 회의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회의의 주된 안건은 구치소가 최씨를 대신해 예산으로 외부 의료시설에 진료비를 내고 이후 구상금 청구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채권관리관이 아니라 부소장이 주도한 회의로 보이며 관련 법령에 따른 이행 기간과 내용을 남긴 서류도 없다고 지적했다.

납부 최고 통지가 국가채권 관리 법령과 시행규칙 등에서 정한 고지서와 형식상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납부 의무자가 정식 고지서라고 인식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납부 최고 통지만으로는 납입 고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진료 자체를 둘러싼 국가의 주장은 일부 받아들였다. 최씨가 외부 진료를 요청하자 동부구치소장이 자비 부담을 조건으로 허가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런 조치는 타당하다”고 했다. 다만 구상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