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자리연대·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데일리가 공동 주최한 ‘2026 제3회 좋은일자리 포럼’에서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AI 고급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6 좋은 일자리 포럼이 15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하모니홀에서 ‘AI시대 고용·노동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AI시대 고용·노동정책 방향과 과제’를 발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 교수는 고급 인재를 확보하려면 임금과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고 성과급을 일률적으로 나누는 구조로는 핵심 인재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미래 인재가 자격증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혁신적인 도전 분야로 진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연공 중심의 획일적 임금체계와 모든 임직원이 성과급을 나눠갖는 체계를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인의 성과를 중심으로 보상 인센티브 체계를 기업들이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와 첨단산업 분야에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보상 수준은 인재의 국내 잔류와 해외 이동을 가르는 주요 요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국내 이공계 인재 약 34만명이 해외로 유출됐고 이 가운데 석·박사급은 약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취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10명 중 4명(43%)이 ‘처우’를 꼽았다.
미국 기술기업들은 전문성과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로버트 하프가 올해 발간한 ‘샐러리 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기술기업 10곳 중 9곳(87%)이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인재에게 더 높은 급여를 제시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상위 20% 고성과자에게 성과급 기준을 200%로, 극소수 최상위 성과자는 300%를 적용한다. 하위 고과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교수는 성과에 따른 보상과 함께 고숙련 전문직의 근로시간 제도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오래 일하는 것이 반드시 높은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AI가 활용되면 투입시간과 성과의 상관관계가 더욱 낮아진다”며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한 별도의 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근로시간 적용 예외)과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일본은 2019년부터 △금융상품 개발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R&D 등 고도의 전문 업무에 종사하고 연봉이 1075만엔(약 1억원) 이상인 근로자일 경우 근로시간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2026 좋은 일자리 포럼이 15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하모니홀에서 ‘AI시대 고용·노동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이채필(왼쪽부터) 일자리연대 명예대표를 좌장으로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1본부장,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김영문 전북대 명예교수,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정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고숙련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정년을 폐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연구·개발 분야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퇴직 시점을 정하면 장기적인 도전과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첨단 분야의 생산성이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낮아졌다가 기술과 경험이 쌓인 뒤 높아지는 ‘J자형’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성과가 부족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와 투자를 이어갈 여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대학을 예로 들어 ”60세 정도가 되면 5년 뒤 정년을 앞두고 있어 연구실을 운영하거나 새로운 박사 학생을 받는 데 소극적이 된다“며 ”고숙련 핵심 인력은 먼 미래의 성과를 바라보고 지금 일하는데, 정년이 있으면 성과 창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정한 나이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퇴직시키기보다 일할 의지와 성과를 기준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핵심 인력을 연령만으로 일률적으로 퇴출시키는 대신 객관적인 성과평가와 적정한 보상을 전제로 계속 근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고령화로 줄어드는 노동 공급을 보완하는 동시에 AI 시대에 희소한 전문 인력과 숙련을 기업과 사회 안에 더 오래 축적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