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병이 나기 전에 미리 다스리는 ‘미병(未病)’의 지혜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오래된 선택은 오늘날 성장 진료의 관점에서 보아도 결코 틀리지 않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아야 키도 더 잘 크고, 몸도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동안 몸은 모든 에너지를 병을 이겨내는 데 쓴다. 성장에 쓰여야 할 에너지가 면역 반응으로 돌려지는 셈이다. 게다가 아프면 입맛이 떨어져 잘 먹지 못하고, 기침과 코막힘으로 깊이 잠들지 못한다. 성장호르몬은 깊은 잠을 자는 동안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는데,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성장에 필요한 시간도 함께 줄어든다. 하루 이틀의 감기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더뎌질 수 있다. 진료실에서도 잦은 감기와 비염, 중이염으로 겨울을 보낸 아이가 봄에 키를 재보니 1년 성장 속도가 뚝 떨어져 있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환절기는 특히 위험한 시기다. 아침저녁과 한낮의 기온 차가 크고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코와 목의 점막이 약해지고,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새 학기와 학원 생활로 인한 피로,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이 겹치면 아이들의 방어력은 더 떨어진다. 그래서 “한 번 감기에 걸리면 한 달을 간다”는 아이들은 대개 환절기마다 성장이 주춤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이의 키는 일 년 내내 일정하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낸 시기에 몰아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환절기를 무탈하게 넘기는 것은 곧 성장의 흐름을 끊기지 않게 이어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기본기를 챙겨야 한다. 일교차에 맞춰 겹쳐 입히고, 실내 습도를 40~60퍼센트로 유지하며, 손 씻기와 충분한 수면을 지키는 것이다. 편식하지 않고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이는 것도 방어력의 바탕이 된다. 여기에 체질에 맞춰 기운을 북돋우는 보약을 더하는 것은 옛 선조들이 해오던 예방의 지혜를 오늘에 이어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이마다 체질과 상태가 다르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거쳐 필요한 만큼만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약은 아이를 억지로 키우는 약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성장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몸의 기반을 받쳐주는 역할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키 성장은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프지 않고 성장기를 건강하게 보내는 것,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성장 전략이다. 올가을 환절기, 아이의 기침 소리가 들리기 전에 먼저 몸을 살펴주시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