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하고 있다. 2025.6.28 © 뉴스1 김성진 기자
지난 2025년 6월 28일 오전 9시 55분쯤, 내란특검 조사실이 마련된 서울 고검 정문 앞.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빨간 넥타이를 착용한 정장 차림으로 차량에서 내렸다. 기자들이 몰렸으나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온 국민이 그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을 받는 '12·3 비상계엄 정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첫 피의자 소환 조사였다.
초유의 '첫 소환 첫 조사'를 맡은 인물은 검사가 아닌 경찰관이었다.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었다. 박 총경은 반부패 수사 경험이 많은 법률가다. '클럽 버닝썬 사건' 등을 수사했다. 경찰대 15기로 재직하던 중 사법시험(사업연수원 42기)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박 총경은 "경찰 수사가 검찰에 뒤지지 않는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경찰이 아닌 검사가 조사하게 해 달라"며 박 총경의 조사를 거부했다. '검사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은 경찰관의 조사를 믿지 못했다.
이 장면은 경찰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내란특검에는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 60명과 경찰관 30여 명이 투입됐다. 특검 수사는 경찰 역사에서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특검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경찰은 대형 사건 수사 경험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개선할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찰 수사력은 어느 정도될까. 검경 정예 인력이 투입된 내란특검의 고위간부 출신인 대형 로펌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수사 때 대통령실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와 비화폰 서버 자료를 끈질기게 추적해 확보했다. 특검 수사는 사실 이 두 개의 증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또 경찰은 통신 통화 내역을 추적할 수 있게끔 '맵'을 만드는 것에 확실한 강점이 있다. 법령 적용에 강점이 있는 검사와 비교해 잘하는 분야가 확실히 달랐다.
개정 형사소송법 등 이른바 검찰개혁법으로 검찰청이 지난 2일 출범 78년 만에 문을 닫았다. 검사의 수사권이 모두 폐지됐다. 경찰은 '책임 수사 체제'를 맞았다. 경찰 숙원이라는 '수사·기소 분리'를 실현한 것이다.
경찰이 공소청(검찰청 후신)과의 협업에 적극 나선다면 약점으로 지적됐던 법률적 판단 능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이 광범위하게 수집한 내용을 수사 기록으로 제출하면, 어떤 것이 '죄'가 되고 어떤 '법리'를 적용할지 판단해 기소하는 형사사법 절차 이론 및 실무는 검사들의 독보적 역량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자세로 검사들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중대 범죄 수사 공백을 할 수 있다.
관건은 세간에서 우려하는 '수사력'이 아닌 '수사 독립·중립' 여부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 등 초대형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을 경험으로써 축적해왔다. 경찰은 그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외풍' 대응에 더 취약할 수 있다. 퇴직 후 변호사가 되는 검사들과 경찰은 퇴직 이후를 안정적으로 보장받기 못하는 경우가 적젆다. 그래서 '윗선' 지시가 더 부담스럽다.
결국 수사 독립·중립은수사기관이 아닌 '권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경찰의 사정 칼날이 살아있는 권력을 겨눠도,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을 때 실현된다. 검찰 개혁을 성공시킨 정부는 그럴 준비가 돼 있을까.수사 독립·중립은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mrle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