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부산 북항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의 출현 배경과 기후변화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 갈무리)
17일 부산시와 관련 당국 집계에 따르면 북항친수공원 누적 방문객은 이날 1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18일 인공수로에서 처음 발견된 부캉이는 몸길이 약 3m의 암컷 흑상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헤엄치는 모습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관람객이 몰려들고 있다.
관심은 주변 상권의 소비 증가로도 이어졌다. 부산시가 부캉이 출현 전후 열흘간 친수공원 반경 1㎞ 안의 카드 소비를 분석한 결과 음식점 매출은 29.3%, 편의점 매출은 35% 늘었다. 다른 지역에서 온 방문객의 카드 소비액도 22.4% 증가했다. 부산시는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고, 지난 1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공원을 찾았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열풍 속에서 상어가 왜 북항까지 왔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공개된 영상에서 “사실은 이 상황이 그렇게 즐길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수온 상승에 따른 먹이사슬의 이동이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열대성 물고기가 국내 바다로 이동하고, 이를 먹이로 삼는 상어도 뒤따라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에게는 드문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보는 경험이지만, 생태학자의 눈에는 해양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캉이가 수로에 들어온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따뜻한 바다에 사는 생물이 국내 연안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기후변화와 연결해 살펴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부산시가 부캉이를 홍보대사로 활용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상어 한 마리의 출현에 쏠린 관심이 일회성 구경으로 끝나는 것을 경계했다. 지금은 한 마리여서 귀엽고 신기하게 받아들이지만, 앞으로 같은 수로에 여러 마리가 나타난다면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더 이상 특별한 볼거리가 아니라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 7일 부캉이의 주둥이 부근에서 발견된 상처. (사진=KBS 보도 캡처)
최 교수는 부캉이에게 붙은 ‘관종 상어’라는 별명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수로 가장자리를 따라 관람객 가까이 헤엄치는 모습을 사람의 관심을 즐기는 행동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오히려 가까이 접근한다는 건 거의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왜 물가에 가깝도록 움직이는가 하는 건 그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부캉이가 수로에 머무는 배경으로 수온과 먹이 여건을 꼽았다. 바깥 바다보다 물이 따뜻하고 먹잇감도 충분하다면 상어에게는 당장 떠날 이유가 없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에 맞춰 동물의 행동을 해석하기보다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당국의 구조 시도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적어도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서 존중한다면 부캉이가 수로 안에 있기로 한 결정을 따르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무조건 그대로 두자는 의미는 아니다. 신체나 행동에 이상이 생기거나, 수온이 급격히 내려가는데도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스스로 이동할 시간을 주면서 건강 상태를 살피되, 무리한 포획으로 오히려 상처를 입힐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냈던 경험도 언급했다. 당시에도 보호시설 밖으로 보내는 것이 옳은지,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야생동물을 자연의 구성원으로 존중하려면 인간의 판단뿐 아니라 동물의 행동과 선택도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관람객에게는 조용히 거리를 지켜 달라고 했다. 그는 “가서 구경하시더라도 조금은 조용하게 그 아이가 자기 삶을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