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제 보자 5초 만에 답이 눈앞에"…AI 안경 직접 써보니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18일, AM 06:30


서울의 한 안경점에서 AI 스마트 안경 B 제품으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의 고난도 문항을 풀어보는 모습. AI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착용자의 시야에 나타난 화면을 캡처한 모습.2026.10.17 © 뉴스1 김기민 인턴기자

"눈앞의 문제 정답 알려줘."

인공지능(AI)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채 휴대전화 화면에 띄운 수학 문제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잠시 뒤 안경에 내장된 스피커에서 "휴대전화 화면의 수학문제를 해결해줄게요"라는 답변이 흘러나왔다. AI는 풀이 과정을 설명한 뒤 정답까지 알려줬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구의 한 안경점에서 체험한 A사의 AI 안경은 겉보기에는 일반 뿔테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경다리가 다소 두껍고 양쪽 끝에 카메라와 센서가 달렸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어려웠다.

안경을 쓰자 블루투스 이어폰과 비슷한 연결음이 들렸다. 스마트폰과 연결한 뒤 음성으로 AI를 호출하면 즉각 반응했다. 날씨를 묻거나 음악을 듣고 전화를 받는 것도 가능했다.

토플 영어 문제를 바라보며 정답을 물으니 AI는 3초도 채 지나지 않아 핵심 문장을 번역하고 풀이와 답을 제시했다.

반면 수학 문제에서는 오답이 잇따랐다. 주관식 문제를 객관식으로 착각했고, 오류를 지적해 다시 풀게 했지만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시그마(Σ) 등 복잡한 수학 기호가 포함된 문제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엉뚱한 풀이를 내놨다.

A사 제품은 렌즈에 화면이 없어 AI의 답변을 음성으로 들어야 했다. 소리를 최대로 높이면 주변에도 일부 들렸지만, 일상 소음 속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또 다른 매장에서는 렌즈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B사 AI 안경을 체험했다. 안경을 쓰자 시야 정중앙에 가로로 긴 화면이 나타났고 초록색 글씨로 시간과 날씨가 표시됐다. 고개를 돌려도 화면은 시야 중앙의 일정한 위치에 유지됐다.

태블릿에 수능 수학 문제를 띄운 뒤 손가락에 낀 반지 형태의 리모컨 버튼을 세 차례 누르자 카메라가 문제를 촬영해 AI에 전달했다. 렌즈에 '생각 중'이라는 문구가 뜨더니 5초 안팎에 답변이 나타났다. 음성으로 질문하거나 답변을 들을 필요 없이 눈앞에 표시된 글씨만 확인하면 됐다.

그러나B사 제품 역시 고난도 수학 문제에서는 오답을 내놨다. 매장 관계자는 "카메라 각도를 잘 맞춰야 하고 글씨가 작으면 인식이 잘되지 않는다"며 "자주 사용해 촬영 각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A사 AI 안경이 66만~77만 원,B사 제품은 99만 9000원이었다. 매장 관계자들은 여행이나 촬영, 번역·통화 등의 목적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많고 대학생 구매자는 드물다고 전했다.

토익·대학 논술서 잇단 적발…수능은 육안 검사에 의존 '한계'
서울의 한 안경점에서 살펴본 B사의 AI 스마트 안경. 렌즈에 초록색 글씨로 정보가 표시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26.10.17 © 뉴스1 김기민 인턴기자

일상생활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AI 안경의 기능이 시험장에서는 부정행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음성 명령 없이 문제를 촬영하고 렌즈에 표시된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국내 시험장에서도 AI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 지난 5월 토익(TOEIC) 정기시험에서 2건이 적발됐고, 7월 법학적성시험(LEET)에서도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응시자가 적발돼 점수 취소와 4년간 응시 제한 처분을 받았다.

이달 3일 서울시립대, 10일 연세대 논술시험에서도 AI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연세대 수험생은 시험 시작 전 일반 안경으로 검사를 받은 뒤 스마트 안경으로 바꿔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험장별 환경 차이로 전파탐지기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올해 수능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다음 달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매 교시 안경 착용 수험생을 확인할 방침이다. AI 안경은 소지만 해도 당해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시험 중 착용하면 다음 연도 응시자격까지 1년간 정지된다.

하지만 별도 탐지 장비 도입이 어려워 AI 안경 식별은 사실상 감독관의 육안 확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AI교육협회 회장인 문형남 숙명여대 융합국제학부 교수는 "육안 검사는 필요한 기본 절차이지만, 그것만으로 AI 안경을 빠짐없이 적발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입실 시 확인, 매 교시 본인 확인과 연계한 점검, 시험 도중 필요한 재확인으로 관리 절차를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교육당국과 시험 주관기관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기 식별 자료와 표준 대응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점검 과정에서 수험생의 시험 시간이나 집중력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조치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앞으로는 경량화와 부품 소형화가 진행되면서 외형만으로 일반 안경과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며 "육안 확인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장 점검·기술 검증·명확한 제재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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