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345만원 보장” 믿고 9억 상가 샀는데…대법원서 반전[판례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8일, AM 12:42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상가 분양 현장에서는 “선임대 확정”, “대출 90%”, “확실한 시세차익” 같은 말이 흔히 오간다. 말과 달리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으면, 수분양자는 분양을 권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 판례에 따르면 광고에 다소의 과장이 섞여 있어도 상거래 관행상 허용되는 범위라면 속였다고 보지 않는다. 문제는 그 경계가 어디냐다.

(사진=나노바나나)
(사진=나노바나나)
2022년 8월 19일, 경기 평택의 신축 상가 분양대행 직원이 한 투자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선 임대 3년 확정 계약된 상가입니다.” 보증금 3,500만 원, 월세 345만 원에 식당이 들어오기로 돼 있고, 잔금의 90%는 대출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투자자는 그날 오후 1,000만 원을 보냈고, 8월 30일 분양대금 8억 9,366만 4,000원에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직후 다른 직원은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임대가 되지 않으면 보증금과 월세를 보장하겠다는 확약서를 써 줬다. 그런데 10월 식당 측이 분양회사와 맺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했다. 직원은 그 뒤에도 “11월 둘째 주 정도에는 임대차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1월 2일에는 등기 때 입주지원금을 주고, 임대와 관계없이 6개월분 월세에 해당하는 돈을 지원하겠다는 확약서를 다시 써 줬다. 투자자는 2023년 2월 잔금을 내고 소유권을 취득했다. 임차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투자자는 2024년 5월 상가를 6억 5,700만 원에 팔고, 분양회사와 직원 2명을 상대로 3억 3,178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과장은 있었지만 분양에서 용인되는 상술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고 보았다. 항소심은 분양계약 체결 자체는 기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직원들이 임대차 해지를 알고도 잔금 단계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직원 2명에게 대출이자 등 5,506만 9,565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분양회사는 직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관계가 없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분양회사 부분은 원심을 유지했지만, 직원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부분은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다219673 판결).

대법원은 과장 광고가 허용되는 범위인지는 “설명된 내용의 구체성과 확정성, 설명된 내용이 실제에 부합하는 정도 및 표의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상대방이 착오를 적극적으로 일으켰는지, 듣는 사람이 설명을 만연히 믿었는지, 그 내용이 계약에 편입됐는지도 함께 볼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거짓 고지하면 기망이고, 다소의 과장은 기망이 아니라는 기준 자체는 기존 판례(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 판결 등)를 따른 것이다. 이번 판결은 그 경계를 가릴 때 살펴볼 요소를 열거했다.

판단의 근거는 두 번째 확약서였다. 이 확약서는 임대차계약 체결을 전제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당사자 사이에 기존 임대차 해지가 양해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새 임대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돈을 일부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직원이 빌려준 6,000만 원 가운데 2,000만 원을 입주지원금으로 처리하는 등 확약서 내용도 이행됐다. 수익과 시세차익에 관한 설명은 평균적인 상황을 가정한 추상적 예상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원심이 분양계약 체결 과정의 기망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잔금 지급 과정에서만 기망을 인정한 데 대해서는, 법리 오해와 논리·경험칙 위반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송 뒤 서울고등법원은 이 기준에 따라 직원들의 책임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

분양 현장에서 들은 약속은 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으면 보호받기 어렵다. 중요한 조건일수록 말이 아니라 분양계약서에 남겨 두어야 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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