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혼미 7시간 뒤 검사, 결국 사망…대법 "의료진 과실 인정"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19일, AM 06:00

대법원 전경 /뉴스1 DB

고농도 산소를 투여받은 환자가 숨진 사건에서 의료진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은 지난달 23일 고(故) 송 모 씨의 유족이 학교법인 화봉학원과 의료진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만성 폐질환과 고협압·당뇨 등을 앓던 송 씨는 2018년 2월 19일 부종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자 의료진은 같은 달 24일 새벽 산소 공급량을 분당 10L(리터)로 늘렸다.

같은 날 오전 의식이 혼미해진 송 씨에 대해 이날 오후 4시 9분에야 동맥혈가스검사가 이뤄져 이산화탄소 과다 축적에 따른 호흡성 산증이 확인됐다. 심정지에 빠진 송 씨는 심폐소생술로 회복했지만 반혼수 상태가 됐고, 결국 같은 해 3월 12일 숨졌다.

대법원은 고농도 산소 투여 후 약 12시간 동안 동맥혈가스검사가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이는 동맥에서 채취한 혈액의 산소·이산화탄소 수치와 산성도를 측정해 호흡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검사다.

송 씨의 의식이 혼미해져 이산화탄소 과다 축적을 충분히 의심할 상황이었는데도, 약 7시간 뒤에야 검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관련 진료지침이 산소요법 시작 30~60분 후 동맥혈가스검사를 하도록 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은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해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한 2심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은 환자 측이 의료진의 과실과 그 과실로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을 증명한 경우라면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 지연이) 망인의 의식상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라며 "사망의 결과가 피고들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증명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9월 1심도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올해 5월 2심은 이를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관련 진료지침은 권고사항일 뿐이고, 진정제 투여로 의식이 저하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고령인 송 씨가 앓던 중증 기저질환 등을 이유로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도 부정됐다.

한편 이 사건 주치의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형사재판에서는 검사를 제때 하지 않은 과실만 인정되고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았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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