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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구(舊) 농지개혁법에 따라 매수한 토지에 대해 환원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제3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했다면 원소유자에게 토지 상실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최누림)는 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 향교재단(제주향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33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지난 6월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제주향교에 26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소송비용의 5분의 1은 제주향교가, 나머지는 국가가 부담하라고 했다.
사건은 국가가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매수한 농지를 원래 소유자인 제주향교에 돌려주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하면서 불거졌다.
제주향교는 일제강점기인 1913년 제주시 소재 1187평(3924㎡) 면적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이후 1950년부터 시행된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국가는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지 않는 토지를 사들여 소작농에게 재분배했고, 제주향교의 토지 역시 재분배 대상이 됐다. 단 해당 토지는 분배받은 농민이 상환을 포기해 1964년 폐기 농지로 분류·처리됐다.
원칙상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국가가 매수한 농지가 분배되지 않은 경우 소유권은 원소유자에게 환원된다. 하지만 국가는 소유권 환원 절차를 밟지 않고 1975년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으며, 2011년에는 A 주식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했다.
제주향교는 지난해 토지를 넘겨받은 A 사를 상대로 소유권 회복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사건을 담당한 제주지법은 토지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 이전 절차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등기부 취득시효에 따라 2021년부터 A 사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유효하다고 봤다.
결국 토지 소유권을 되찾지 못한 제주향교는 국가를 상대로 33억3147만6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제주향교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가 토지 소유권 환원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농지를 관리하는 공무원이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국가가 매수한 농지로서 원소유자에게 다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국가배상법상 고의·과실에 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제주향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국가 측 주장은 배척했다. 국가는 제주향교가 2021년 토지 관련 손해와 가해자를 알게 됐음에도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인 3년이 도과된 후에야 소송을 제기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재판부는 "소유권 상실이라는 손해는 소송 등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관념적이고 부동적 상태에서 잠재적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 현실화됐다고 볼 수 없다"며 "제주향교의 패소가 확정된 2025년 11월 27일 손해가 현실화됐다"고 했다.
다만 제주향교 역시 장기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 귀속을 파악하는 조치를 게을리한 점 등 사정을 참작해 국가 손해배상액은 26억 원으로 제한했다.
국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현재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realkw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