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탄핵'…與, 조희대 탄핵 논의 공식화에도 현실성은 '글쎄'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19일, PM 03:23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10.16 © 뉴스1 박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와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초유의 갈등을 빚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논의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꺼냈던 탄핵 카드를 1년 5개월 만에 이번 대법관 제청 문제를 이유로 다시 꺼내든 것이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대법원장 탄핵 소추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는 가운데 사법부 수장을 직접 겨냥한 탄핵 추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또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만으로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여론의 역풍을 감내하고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의 '민티07'에 전화로 출연해 "이미 탄핵의 티읕(ㅌ)자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모든 사안과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6 © 뉴스1 윤일지 기자

김 대표가 지난 14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자진사퇴의 인내선도 무한대는 아니다"라며 "대법원장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방안을 실질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탄핵 추진을 시사한 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여권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도부가 탄핵 논의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5월 대법원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선고하자,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엔 정청래 대표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을 거론하며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나. 국민들의 탄핵대상이 아닌가"라며 탄핵을 시사하고, 일부 의원들이 탄핵을 거론한 적은 있지만 당의 공식 논의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민주당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공백 사태 방치, 최근 불거진 업무추진비 및 격려금 유용 의혹 등을 비롯해 지난해 제기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졸속 선고 의혹 등을 탄핵 사유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혁신당은 19일 국회에서 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하며 민주당에 탄핵 추진을 위한 공동 행동을 촉구했다.

조국혁신당이 공개한 안에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결정 과정에서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와 사법부 독립 훼손 △대법관 후보자 제청 지연 및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 거부 △대법관 격려금 지급과 업무추진비 지출 과정에서의 법률 위반 의혹 △국정감사 증인 선서 및 증언 거부 등이 탄핵 사유로 담겼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 같은 이유들만으로 대법원장을 탄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탄핵 사유에 해당하려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제기된 의혹들만으로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에게 명백한 탄핵 사유가 있는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현재 헌법상 행정부의 유일한 견제·통제 기관인 사법부의 수장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가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청와대와 여권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여론의 역풍과 판사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탄핵 추진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 대통령의 재판이 현재 법원에 있기 때문에 탄핵 소추안 추진은 의도가 너무 명백해 보이기 때문에 (탄핵을 추진하면) 오히려 불리할 것"이라며"대법원장의 탄핵 사유가 헌법적·법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는 상황이라(탄핵안이 통과되면) 판사들이 다 들고 일어설 것이기 때문에 (여권에서 탄핵을) 그냥 막 하기엔 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고법판사는 "분열 직전인 민주당에게 공공의 적이 필요했기 때문에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 듯 하다"며 "실제 탄핵까진 가지 못 할 듯 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김민기 부장판사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의 의중이 탄핵 심판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드러나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여권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또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서 대법관 인선 과정의 대통령 행위나 여당의 탄핵소추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이 실제 탄핵소추까지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탄핵 추진 논의를 공식화 한 당 지도부와 비교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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