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에겐 응급실인데"…구조센터 운영비 15% 삭감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19일, PM 05:52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천연기념물 대머리수리가 날개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제공). © 뉴스1

"야생동물 구조센터는 사람에게 응급실과 같은 존재입니다. 환자가 늘었다고 응급실 예산을 깎는 병원은 없습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운영비 삭감을 지적하며 한 말이다.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구조되는 야생동물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구조센터의 내년도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인력까지 부족해 야생동물 구조·치료체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의원(경기 안산시병)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구조 실적은 2만 288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2만 1743건)보다 5.3%, 2022년(2만 423건)보다 12.1%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야생동물 구조센터는 부상이나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야생동물을 구조·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구조 건수 역대 최다…내년 운영비는 15% 감소
지역별로 보면 경기북부의 구조 건수가 2022년 475건에서 지난해 1006건으로 111.8% 증가해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북은 369건에서 740건으로 100.5%, 서울은 1751건에서 2415건으로 37.9% 늘었다.

반면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전국 구조센터 운영비는 총 27억 3700만 원으로, 올해 32억 2000만 원보다 4억8300만 원(15%) 줄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당초 요구한 운영비는 36억 7600만 원이었지만 기획재정부 심사 과정에서 9억 3900만 원(25.5%)이 감액됐다.

전국 17개 센터 가운데 광주와 제주를 제외한 15개 센터의 운영비가 감소했다. 특히 충남은 올해 4억 8500만 원에서 내년 2억 8500만 원으로 41.2% 삭감돼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구조 수요 급증에도 인력 부족…치료 공백 우려
구조 건수가 많이 늘어난 지역에서도 인력 부족 문제가 확인됐다.

경북 구조센터는 2022년보다 구조 실적이 두 배가량 증가했지만 근무 인력은 전국에서 가장 적은 5명에 불과했다. 수의사 2명과 일반직 3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추가 수의사와 질병연구자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구조센터 인력은 총 147명으로 수의사 55명, 질병연구자 23명, 일반직 69명이다. 대전과 강원, 충남, 경북에는 야생동물 질병을 연구하는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영비까지 줄어들면 의약품 구입과 신규 인력 채용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기존 인력의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구조된 동물에게 필요한 치료를 제때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의원은 "구조 건수가 늘어난 센터까지 예산을 일괄 삭감하는 건 야생동물 응급의료체계의 기본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과정에서 야생동물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의원은 최근 야생동물 복지 증진을 위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야생생물법의 목적에 '동물복지 증진'을 명시하고 야생동물 유기 처벌과 구매자 사육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동물원·수족관의 허가를 4년마다 갱신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해피펫]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badook2@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