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기 전엔 모른다…소방관 위협하는 '위험물 관리' 사각지대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0일, AM 09:57

19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소방서에서 열린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노제에서 소방대원들이 경례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0.19 © 뉴스1 구윤성 기자

지난 16일 발생해 소방관 1명이 숨진 경기 부천 도장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 추정 용기가 다수 발견됐지만, 해당 업체는 허가 이력이 없어 위험물 정기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위험물 취급 실태가 사전에 파악되지 않으면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이 급격한 연소나 폭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현행 체계에서 무허가 위험물 취급 업체는 별도 단속으로 찾아내야 하고, 기준량 미만이면 신고 의무도 없어 사실상 현황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도장·세척 등 인화성 물질을 사용하는 업종과 공정을 중심으로 점검을 강화하고, 출동 대원들이 활용할 위험물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가 이력 없는 공장서 인화성 물질 수백 통…소량 위험물도 실태 파악 한계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은 물질별로 정한 '지정수량' 이상을 저장·취급할 경우 원칙적으로 허가받은 시설을 이용하도록 한다. 이 가운데 일정 종류·규모의 시설에는 정기점검과 결과 제출 의무도 부과한다.

그러나 허가받지 않은 사업장은 별도 단속이나 현장조사로 취급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 허가시설의 점검을 강화하더라도 당국이 취급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사업장은 점검 체계에서 제외된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16일 불이 난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부품 도장공장도 위험물 취급 허가 이력이 없었다. 현장에서는 시너(신나) 수십 통과 페인트 수백 통이 발견됐으며, 소방당국은 성분과 보관량을 분석해 허가 대상이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 불로 초기 진화에 투입된 소방대원 2명이 3층에서 고립됐고, 구조된 김진석 소방위가 다음 날 숨졌다. 소방당국은 3층 시너 세척기 주변을 발화 지점으로 추정하며 인화성 물질이 급격한 연소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량 이상을 허가 없이 취급하다 별도 점검에서 드러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4년 화성 아리셀 참사 이후 전국 전지 관련 업체 413곳을 긴급점검한 결과, 지정수량 이상 위험물을 무허가 장소에서 저장·취급한 사례 4건이 확인됐다.

지정수량 미만을 취급하는 곳은 현황 파악이 더 어렵다. 시설 허가 대상에서 제외되고, 일반적인 저장·취급에는 별도 신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울산의 페인트 자재창고에도 인화성 물질이 보관돼 있었지만 시설 허가 대상이 아닌 소량위험물 저장·취급 장소로 별도 신고 의무가 없었다.

소량이라고 안전관리 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정수량 미만 위험물은 시도 조례에 따라 관리된다. 부천에 적용되는 경기도 조례도 소량 위험물에 대해 누출 방지와 소화기구 설치 등 안전기준을 두고 있다.

다만 사업주가 위험물 취급 현황을 지자체에 별도로 신고할 의무는 없어, 안전기준을 마련해도 이를 지켜야 할 사업장을 파악하고 관리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량이라도 시너는 위험"…취급 업종·공정부터 파악해야
전문가들은 위험물질 보관량이 적더라도 작업 환경에 따라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업종별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너 등의 경우 사용 중 발생한 유증기가 실내에 쌓이면 작은 불꽃에도 급격히 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시너는 인화점이 낮아 별도로 열을 가하지 않아도 세척 과정에서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적으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물질인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부천 공장 화재 합동감식에서도 유증기에 정전기나 마찰열로 인한 스파크가 튀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효성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지난 17일 현장 브리핑에서 이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감식했다며 방폭 장비나 시설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을 선정할 때 과거 화재 이력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부천 공장은 2021년에도 불이 났지만 최근 5년간 별도 화재안전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도장·세척 등 인화성 물질을 상시 사용하는 업종과 공정을 파악해 보관·취급 상태와 환기설비를 점검하고, 출동 대원들이 활용할 위험물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 교수는 "시너나 솔벤트 계열 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이라면 정기적 점검을 진행하거나 별도로 목록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며 "현장에 어떤 위험물이 있는지 알아야 소방관이 안전하고 진압 전략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bany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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