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빨대' 후폭풍…국가직인데 소속·예산은 따로 '기형적 소방체계'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0일, AM 11:30

부천 공장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엄수된 1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체육관에서 동료 소방관 등이 운구차량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0.19 © 뉴스1 구윤성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과 부천 공장 화재 소방관 순직을 계기로 국가직 신분에도 조직과 예산은 지방에 남은 소방체계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지역 간 소방서비스 격차를 줄이려면 필수 인력·장비 확보를 위한 국가와 지방의 재정 분담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소방예산의 국비 비중은 10.7%, 지방 부담 비중은 89.3%였다. 소방공무원 인건비의 국비 지원 비중은 약 8.6%로, 인건비의 90% 이상을 지방이 부담했다.

소방공무원은 지역별 인력·장비 격차를 줄이고 국가의 재난 대응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 4월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서는 시도 소속으로 남았고, 소방사무도 지방자치법상 자치사무로 유지됐다.

인사권 일부 역시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다.

소방청이 전국 단위 정책과 기준을 마련해도 인력 운영과 장비 확보에는 지방의 예산 편성·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같은 국가직이어도 지역의 재정 여건에 따라 근무환경과 소방서비스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소방공무원 1인당 위탁교육비는 충북 42만 8000원, 부산 4만 1000원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 재정 부담을 언급하며 소방을 '재정 빨대'에 빗댔다. 지난 16일 발생한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구조돼 치료받던 소방관이 이튿날 순직하면서 비판이 커졌다. 추 지사는 17일 순직 소방관 빈소를 찾아 사과했다.

정부는 국가직 전환 당시 소방안전교부세를 활용한 인건비 지원체계와 시도별 소방특별회계를 마련했다. 소방청은 지난 3월 설명자료에서 지역 현장 대응과 국가 단위 광역 대응이 병행되는 소방사무의 특성에 따라 지방 중심의 예산 운영을 유지하면서 중앙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직 전환은 지역 간 소방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소방재정 전체를 국가로 일원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예산 대부분을 국가 책임으로 전환하는 게 기형적 조직 체계 개선의 근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화재 진압과 구조·구급 활동에 필요한 인력·장비, 장비 유지비 등 필수 비용 범위를 정해놓고 이 부분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을 분담하는 게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를 위해서는 분담 기준 구체화를 위한 중앙, 지방정부 간 의견 합의가 필요하다.

또인건비 역시 국비 지원을 강화해야할 부분으로 꼽힌다. 지방 본부 별 각기 다른 소방관 급여 처우를 개선하는 건 지자체 힘만으로는 어려워서다. 무엇보다 시도지사에게 위임된 인사권 범위를 조정해 인사·지휘체계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소방체계를 "하나의 조직에 시어머니가 두 명"이라고 말했다. 국가직 신분에도 지방이 예산을 부담하고 인사에 관여하면서 일관된 지휘체계를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불 등 재난이 시도 경계를 넘어 확산하고 복합화하는 현실에 맞춰 소방사무를 국가사무로 전환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손 교수는 부연했다.

재정 분담 논의와 함께 국가 책임을 뒷받침할 법적 틀부터 정비해야 기형적 조직체계 정비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손 교수는 "안전에 투입하는 비용을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비용으로 보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런 매몰비용이라는 인식을 이번 기회에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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