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0.20 © 뉴스1 허경 기자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등 준사법기관 수장들의 국무회의 참석을 둘러싼 법조계와 정치권의 '중립성 논쟁'이 확대일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들의 참석이 "헌법에 의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선 "대통령과 매주 얼굴을 맞대는 사정기관장들에게 공정한 권력 수사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 김지용 중수청장, 이정현 공소청 검찰총장 직무대행(차장),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나란히 배석했다. 김지용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날(19일) 임명장을 받은 뒤 이틀 연속 이 대통령을 대면했다.
김 청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국민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중대범죄에 대해 네 편 내 편을 가르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미와 필요성을 국민께 증명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사·공소기관장들의 국무회의 배석은 현 정부 들어 정례화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뿐만 아니라 부처 소속 외청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하면서, 당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올해 1월 20일부터 국무회의 배석했다.
이 대통령의 참석 지시는 외청까지 국정운영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고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지휘가 안 되는 것 같다. 청은 따로 논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인 지휘·감독과 업무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사정당국 기관장들의 국무회의 참석 논란에 "국정의 일반적 방향이나 방침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중수청장이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정당 행사에 참석한다면 정치적 중립성 훼손 지적을 받아 마땅하지만, 국정을 논의하는 국무회의는 정치 사안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국무회의에서 개별 사건 수사나 공소 지휘를 논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수사·공소기관장들이 정례적으로 대통령과 대면하는 것 자체가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도 수사·기소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일반적인 정책 주문조차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공소청의 한 부장검사는 이 대통령 관련 고발 사건이 중수청에 접수·배당된 점을 언급하며 "수사기관장이 매주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면 설령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영향이 없겠느냐"고 우려했다. 공소청 관계자도 "(외청장들에게) 표결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무회의에서 단독 보고하는 내용도 없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빚을 수 있단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헌법학계 일각에선 수사·공소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헌법상 당연하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을 놓고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공소기관장의 참석은) 헌법상 책무로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수사기관장들이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역대 정권의 관행을 '관습법'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법조계에선 이 대통령이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한 만큼, 정치적 부담을 줄여줄 '외관'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외청장들의 국무회의 배석은 국무회의 규정상 의장(대통령)의 판단으로 정할 수 있다"며 "중요한 정책 현안이 있을 때만 배석해 의견을 듣는 등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김지용 청장은 이날 국무회의 배석 후 열린 취임식에서 중수청의 5대 원칙 중 첫 번째로 '정치적 중립'을 제시했다. 그는 "수사의 대상이 누구든, 지위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겠다"며 "어떠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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