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 수사해야 하는데…수사·공소 수장들 국무회의 참석 논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0일, PM 05:42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이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공소청 차장)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배석했다. 수사·공소기관 수장들의 국무회의 참석이 정례화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이들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 청장은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했다. 김 청장은 전날(19일) 기자들과 만나 “수사의 정치화를 청산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바 있다. 국무회의 참석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김 청장은 결국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 청장에게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범죄에 대해서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일체의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서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의와 필요성을 국민께 증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청장은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 개혁을 완수하고 국민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공소청 차장)과 김종철 경찰청장 대행도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 운영을 강화하면서 각 부처 소속 외청장이 회의에 참석하도록 지시했다. 올해 초부터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국무회의에 계속 참석했다.

정치권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공소기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되자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정부조직법에 대통령은 모든 중앙행정기관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들의 국무회의 참석을 “정부조직법상 그리고 헌법에 의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개별 사건 수사나 재판에 대한 공소 지휘를 논의하지 않기에 국무회의 참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조직법은 대통령이 모든 중앙행정기관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는다고 규정한다.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필수 구성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국무위원이지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이 배석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과거 정부에서는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등을 존중해 수사기관 수장은 통상적으로 국무회의에 배석시키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청와대 인사나 국무위원 등도 수사나 공소 제기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매주 대면하는 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일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앞서 15일 논평을 통해 국무회의에 유관기관 장을 정례 참석시키는 건 자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공정성의 외관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는 또 ”이들 기관이 수사하거나 기소·공소유지 해야 할 대상에는 국무회의 구성원도 잠재적으로나마 포함된다“며 ”구체적 사건 지시가 없더라도 수사·공소기관에 정치적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공소기관 수장들의 국무회의 참석이 법적으로 허용되더라도 기존 관행에 어긋날 뿐 아니라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대 정부가 수사기관 수장들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지 않았던 것은 일종의 관행이자 관습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의 국무회의 참석은 수사기관 독립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부적절하다“고 했다.

조재현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전 정부 사례를 보면 국무위원이 아님에도 국무회의에 배석한 경우가 있었다“면서도 ”수사기관의 수장들은 참석한 전례가 없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지금까지의 관행에 부합하지 않고 오해를 살 수 있기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