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듯 시너 통 들고"…창문 깨고 대피 역삼동 화재 긴박했던 순간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0일, PM 05:42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화재가 발생한 한 상가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6.10.20 © 뉴스1 김도우 기자

"'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렸고, 입구 쪽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더라고요. 그때 당시에는 별거 아니었는데 갑자기 탕비실에서 폭발하듯이 불길이 확 올라왔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양빌딩에서 탈출했다는 A 씨는 건물 입구 반대편 창가에 있다가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몸을 움직였다고 했다.

그는 "큰일 났다고 생각하고 대피하려고 일어났더니, 2초도 안 돼서 검정색 연기가 꽉 들어차 버리고 앞이 안 보였다"면서 "창문을 깨면서 몸을 피하고 밖으로 나왔다"고 긴박한 순간을 전했다.

겨우겨우 입구를 찾아서 나왔지만, 원래 알던 것보다 인원수가 부족했다. A 씨는 "창문 쪽을 두드리면서 확인하니 안에서 '살려달라'고 했다"면서 "(창문을) 한 번 깨고, 또 한 번 깨고 해서 다 빼냈다"고 말했다.

처음 화재가 발생한 신명빌딩 관계자 B 씨는 관리사무소에 있는 폐쇄회로(CC)TV로 용의자를 봤다고 말했다.

B 씨는 "(용의자가) 들어갈 때 오른손에 시너 통을 가지고 있었고, 나갈 때는 빈손이었다"며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건물을) 한번 돌아보는 게 제대로 불이 붙었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심을 하고 온 거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C 씨는 "(얼굴을) 안 가리고 휘발유 통을 들고 다녔다"며 "원한이 있어서 바로 불을 지른 것 같다"고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4분쯤과 낮 12시 1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명빌딩과 한양빌딩 두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두 곳 모두 특허법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불로 5명이 중상을 입고 14명이 경상을 입었다.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에 이송된 뒤 현재는 호흡이 돌아온 상태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경찰 등은 인력 291명과 장비 56대를 동원해 두 곳의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신명빌딩 화재는 신고가 접수된 지 약 2시간 26분 만인 오후 2시 20분쯤, 한양빌딩 화재는 약 34분 만인 낮 12시 35분쯤 완진됐다.

경찰은 방화 혐의 용의자를 서울 1·6호선 동묘앞역 인근에서 붙잡았다.경찰은 이날 오후 "두 빌딩에 대한 방화 모두 검거된 70대 남성 A 씨의 소행"이라며 "4년 전에도 A 씨가 같은 건물에 방화를 시도하려다 구속된 전력(방화 예비)이 있다"고 밝혔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화재가 발생한 한 상가에서 소방대원이 건물 CCTV녹화 장면을 살펴보고 있다. 2026.10.20 © 뉴스1 김도우 기자


sh@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