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터진 "불이야" 비명…역삼 빌딩 방화, 시민들 '혼비백산'(영상)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0일, PM 06:24

[이데일리 염정인 김태섭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서 ‘연쇄 방화’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용의자가 도주한 지 약 4시간 만에 검거됐다. 이 용의자는 4년 전에도 같은 빌딩에 방화를 시도하려다(방화 예비)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불로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난간에 시민들이 매달리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20일 정오께 강남구 역삼동 소재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이다. (사진=독자 제공)
20일 정오께 강남구 역삼동 소재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이다. (사진=독자 제공)
2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신고는 이날 오후 11시54분께 역삼동 신명빌딩에서 최초로 접수됐다. 이후 약 7분 뒤인 12시1분께 바로 맞은편의 한양빌딩에서도 불이 났다는 취지의 신고가 들어와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신명빌딩 화재는 이날 오후 1시12분께 큰 불길이 잡힌 뒤 오후 2시20분께 완전히 꺼졌다. 한양빌딩의 경우 오후 12시35분께 완진됐다.

신명빌딩에서 난 불로 중상자 2명과 경상자 9명이 나오는 등 모두 11명이 다쳤다. 중상자 가운데 1명은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았고 현재는 자발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빌딩 화재로는 모두 9명이 다쳤다. 이들 중 3명은 심한 호흡 곤란을 겪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환자는 모두 인근 한양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화재 진화 당시 소방당국은 두 화재의 연관성이 없다고 했지만, 두 건물은 약 130m 떨어져 있어 화재 초기부터 방화 가능성이 제기됐고 경찰 역시 이번 화재 원인으로 방화를 지목했다.

이후 경찰은 오후 4시 16분께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용의자 70대 남성 A 씨를 검거했다. 그는 4년 전 같은 건물에서 방화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건물엔 모두 특허법률사무소가 들어와 있어 연관성 여부도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방화의 구체적 동기 등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한편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두 건물에서 잇따라 불이 나면서 주변은 한때 큰 혼란에 빠졌다. 점심 식사를 하러 건물 밖으로 나온 시민들은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화재 현장을 올라다봤다.

특히 불이 건물 외벽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떨어진 유리 파편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게 시민들의 전언이다. 검은 연기로 가득 찬 실내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외벽 난관에서 구조를 기다린 시민들도 있었다.

화재가 난 건물 1층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은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를 듣고 사태를 파악했다”며 “바로 대피하려고 했지만 불에 탄 건물 자재들이 외부로 떨어지면서 나갈 수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1층이 특히 직격탄이었다”며 “완전히 대피하기까지 약 1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목격자인 50대 여성도 “별다른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지만 불이 나면서 유리창이 계속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며 “깨진 유리창 틈으로 검은 연기가 마구마구 나왔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이어 “건물 안에선 사람들이 창문에 붙어 구조를 기다리기도 했다”고도 했다.

인근 빌딩 관계자는 “살려달라고 막 울면서 소리지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20일 정오께 강남구 역삼동 소재 빌딩에서 불이 나 주변이 검은 연기로 자욱한 모습이다.(영상= 독자 제공)
20일 정오께 강남구 역삼동 소재 빌딩에서 불이 나 주변이 검은 연기로 자욱한 모습이다.(영상= 독자 제공)
건물 내부에서는 혈흔 자국도 확인됐다. 대피 과정에서 유리 파편에 의해 부상을 당한 흔적으로 보인다.

한편 현장에서도 방화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인근 건물에서 근무한다는 30대 여성은 “불이 난 빌딩의 한 직원이 기름통을 든 남성을 봤다고 한다”며 “하마터면 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던 거 아니느냐”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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