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의사, 매형과 누나는 판·검사"…'결혼 사기'로 돈 뜯어낸 남성의 정체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1일, AM 07:00

"나는 의대 졸업 후 한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고, 누나는 검사, 매형은 판사야."
2022년 4월 지인의 소개로 여성 B 씨를 만난 남성 A 씨는 '화려한' 자신과 가족의 직업을 과시했다.

A 씨는 자신이 정형외과 의사며 수십억 원 상당의 주식까지 가지고 있는 재력가인 것처럼 행세했다.

같은 해 4월 10일 A 씨는 B 씨에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것"이라며 결혼을 약속했다.

그러나 A 씨의 화려한 이력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에겐 의사면허가 없었고 자신이 언급한 한방병원에서 근무한 사실도 없었다. 검사인 누나와 판사인 매형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별다른 재산도 없는 상태였다. 처음부터 의사와 재력가를 사칭해 여성에게 접근한 뒤 돈을 가로챌 계획이었던 것이다.

A 씨는 B 씨에게 결혼을 약속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4월 16일쯤엔 B 씨에게 "병원에서 월급을 받지 못해 현금이 없으니 일단 돈을 빌려 달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을 민사로 고소해서 밀린 월급을 받으면 다 갚아주겠다"며 "현재 25억 원 상당의 주식과 5억 원의 채권이 있고 내 명의의 광교 아파트도 있으니 주식을 현금화하거나 채무를 변제받으면 돈을 갚겠다"고 안심시켰다.

B 씨는 A 씨의 말을 믿고 돈을 건넸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의 물품 구입 대금을 대신 결제하도록 하거나, B 씨의 신용카드를 건네받아 물건을 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돈을 가로챘다.

이런 방식으로 A 씨가 2023년 2월 15일까지 376차례에 걸쳐 가로챈 금액은 7301만 원에 달했다.

A 씨의 사기 행각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2022년 7월 15일쯤 A 씨는 B 씨에게 "결혼 비용을 지인에게 줬는데 지인이 도망갔다"며 "현재 돈이 없으니 결혼 비용을 먼저 지급해 주면 나중에 갚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실제로 지인에게 결혼 비용을 준 사실이 없었다. 그럼에도 B 씨는 같은 날 예식장에 300만 원을 송금하는 등 결혼 비용을 대신 부담했다.

A 씨는 이처럼 결혼 비용 명목으로도 71차례에 걸쳐 약 1억 1644만 원을 가로챘다. 이런 방식으로 약 10개월 동안 A 씨가 B 씨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총 1억 9000만 원에 이른다.

더욱이 A 씨는 과거에도 의사를 사칭해 사기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여러 차례 있었다. 2013년과 2015년, 2019년 등 사기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누범 기간에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또 A 씨는 B 씨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이후에도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또다시 의사를 사칭해 돈을 가로챘다.

B 씨 가족과 지인의 주소·연락처 등을 알고 있다는 점을 빌미로 이들이 사는 곳에 찾아가거나 연락하겠다며 B 씨를 겁주고 추가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오히려 1년이 늘어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B 씨의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점 등이 형량을 높인 이유가 됐다. B 씨는 1심 법정에 직접 출석해 A 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학력, 직업, 재산 관계, 가족관계 등을 속여 인적 신뢰 관계를 형성한 다음 결혼할 것처럼 행세하면서 거액을 편취했다"며 "피해자는 거액의 금전적 피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결혼 상대방인 피고인으로부터 입게 된 배신감과 상처,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hu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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