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방화 용의자 A씨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이날 7분 간격으로 발생한 두 건의 화재로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뒤 도주했다가 약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께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2026.10.20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특허법인 건물 두 곳에서 잇달아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자신의 범행을 대체로 인정했다. 경찰은 21일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전날(20일) 야간 1차 피의자 신문을 실시한 결과 피의자가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차 조사 후 금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치료비 지원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알렸다.
A 씨는 20일 오전 11시 51분과 낮 12시 1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양빌딩과 신명빌딩에 잇달아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두 곳 모두 특허법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소방 당국에는 이날 오전 11시 54분쯤 신명빌딩 화재 신고가 먼저 접수됐고 낮 12시 1분쯤 한양빌딩 화재 신고가 뒤따랐지만, 경찰은 A 씨가 한양빌딩에 먼저 진입해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방화를 미리 계획한 정황이 발견됐다.
A 씨는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 2개와 라이터, 인화물질을 구입하는 등 범행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범행 당일인 20일 오전 11시 이전 주거지에서 인화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나와 택시를 타고 범행 장소로 이동했다.
A 씨는 범행 후 택시와 도보 등을 이용해 서울 동대문구로 이동했고, 경찰은 서울 동대문경찰서를 비롯한 인접 관서를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와 주변을 수색했다.
이후 화재 발생 약 4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 16분쯤 경찰은 서울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인근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이날 오후 6시 14분쯤 수서경찰서로 압송된 A 씨는 '왜 불을 질렀냐'는 취재진 질문에 "사기를 쳐서요"라고 답했다. 이어 "2000년도에 특허를 냈는데 사기를 쳐가지고"라며 준비한 서류를 제시했다.
범행을 언제부터 준비했느냐는 질문에는 "한 3일 됐다"고 했고, 피해자들을 향해선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해달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4년 전에도 같은 건물에 방화를 시도하려다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22년에도 이들 특허법인으로 추정되는 두 곳과의 출원 문제로 불만을 품고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A 씨가 특허 출원과 종이 등록증 발급 문제 등을 두고 특허법인 측에 불만을 품었던 정황이 담겼다.
이날 불로 5명이 중상을 입고 14명이 경상을 입었다. 변리사로 확인된 4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인근 병원에 이송된 뒤 호흡이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경찰 등은 인력 291명과 장비 56대를 동원해 두 곳의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한양빌딩 화재는 낮 12시 35분쯤, 신명빌딩 화재는 오후 2시 20분쯤 완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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