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들, 치료 넘어 운동회서 만났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1일, AM 11:22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1.5㎏ 미만의 ‘극초저체중 미숙아’ 출신 아이들이 모여 운동회를 했다.

지난 17일 맑은 날 서대문구 명지전문대학 예체능관. 엄마, 아빠 손을 잡아당기며 등장해, 장난스레 간호사 언니, 누나들에게 장난을 치는 아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의료진과 생사의 기로에서 함께 분투했다.

이날 모인 아이들에게는 ‘이른둥이’마저 과분한 표현이었다. 보통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이른둥이로 부른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그보다 수주 앞서 작은 수박 한 통보다도 가벼운 1.5㎏ 미만으로 세상에 나왔다.

4살 시온, 하온이의 엄마 문예슬씨에게도 이날은 특별하다. 예슬씨는 임신 7개월, 27주 3일 만에 세쌍둥이를 낳았다. 가장 작은 아이는 불과 580g. 폐가 충분히 자라지 않았고 빠는 힘도 약해 오랜 시간 콧줄로 식이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그만큼 아이들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남은 두 아이는 고맙게도 계속해서 힘을 내줬다. 시온이와 하온이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5개월간 치료를 받은 뒤 건강하게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갔다. 이후 정기적으로 신생아과 주치의를 만나며 필요한 치료를 이어갔다. 현재는 건강을 회복해 여느 아이들과 같이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예슬씨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NICU 담당 교수님이 매일 전화해서 아이들의 상태를 세세하게 알려주셨어요”라며 “알에서 나온 것같이 작고 빨갛던 아이들을 병원에 맡겨 놓고 정말 속이 상했었는데, 세브란스 NICU 교수님들,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에 매일 저녁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었어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시온이 하온이가 구강 재활을 통해 콧줄을 빼고 과자를 집어 먹는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라고 했다.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당시에 어려웠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아이들이 어린이집 발표회에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때는 기적 같았다며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던 장면부터 그간의 성장 과정이 떠올라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시온이, 하온이 처럼 이른둥이는 폐와 소화기관 등 여러 장기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스스로 숨을 쉬거나 젖을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뇌출혈, 장폐색 등 합병증 위험도 커 세심한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부모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 의료진은 이러한 합병증을 최대한 예방하면서, 이른둥이가 스스로 호흡하고 영양을 섭취하는 등 기본적인 생리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집중적으로 치료한다. 혼자 자립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도록 의료진이 수 주 동안 곁에서 키우는 과정인 셈이다. 퇴원한다고 해서 치료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최소 몇 년간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살피고 필요한 치료와 재활을 반드시 이어 나가야 한다.

특히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에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이른둥이들도 전국 곳곳에서 모인다. 6살 주원이는 이른둥이로 태어나 오랜 기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고, 간에 생기는 악성 종양인 간모세포종으로 항암 치료도 받았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받고 현재는 기저질환 관리만 하며 일상생활을 씩씩하게 해나가고 있다.

은호선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과장은 “‘아이들이 아픈 것이 혹시 내 탓은 아닐까’하며 자책하고 밤마다 눈물짓는 부모님들의 그 간절한 마음을 치료 현장에서 매일 마주한다”며 “힘든 가운데서도 세브란스 의료진을 믿어주는 부모님들과 함께 힘을 내주는 아이들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NICU는 부모의 불안한 마음에도 주목한다. 2021년부터 운영 중인 이른둥이 통합 치료 프로그램인 스마일 프로젝트(SMILE project)는 ▲영양팀 및 재활의학과 교수진과 함께하는 성장/발달 상담 ▲심리 상담을 통한 이른둥이 부모의 불안감 해소 ▲ 의료진과 함께하는 이른둥이 부모 간 소통 시간 등을 통해 퇴원 후에도 아이와 부모, 의료진의 관계를 꾸준히 이어간다. 국내 신생아집중치료실 중 유일하게 운영하는 이른둥이 추적 프로그램이다.

한때 작은 숨결 하나에도 마음을 졸이던 가족들은 이제 아이들의 힘찬 발걸음에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손바닥만 하던 생명이 자라 가족의 하루를 웃음으로 채우기까지, 그 곁에는 세브란스 신생아집중치료실 의료진과 함께한 긴 치료와 돌봄의 시간이 있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의 스마일 프로젝트와 그리고 특별한 운동회는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1.5㎏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들, 치료 넘어 운동회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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