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서울의 한 실내동물원 업주가 미어캣을 붙잡고 폭행한 뒤 펜치로 코와 입을 훼손하는 등 학대한 사실이 밝혀졌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동물원 업주가 도망가는 미어캣을 붙잡아 폭행하고 펜치로 코와 입 등을 훼손하는 충격적인 동물학대 사건이 드러났다. 해당 시설은 지자체에 정식 등록된 동물원이다. 올해 여러 차례 점검까지 이뤄졌지만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못했다. 문제는 현장 점검뿐만이 아니다. 동물원 관리 정책을 자문하는 정부 기구 역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2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시병)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물원 및 수족관 동물관리위원회'(동물원 분야)는 2019년 6월 구성된 이후 올해까지 회의를 단 6차례 개최했다.
이 가운데 대면회의는 2020년 11월 열린 첫 회의가 유일했다. 나머지 5차례는 모두 서면회의로 진행됐으며 2024년에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미어캣 폭행·신체 훼손…점검에도 학대 정황 못 찾아
실내동물원 업주가 미어캣을 폭행하는 모습. 학대당한 미어캣의 현재 행방과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앞서 동물자유연대가 확보한 서울의 한 실내동물원 CCTV 영상에는 업주가 도망가는 미어캣을 뒤쫓아 붙잡고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움직이지 않는 미어캣을 전시장 밖으로 데리고 나와 펜치로 코와 입 등을 비트는 장면도 확인됐다. 학대당한 미어캣의 현재 행방과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수도권에서 정식 등록된 동물원 4곳을 운영하고 있다. 단체가 확보한 자료에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 사업장에서 학대나 방치 피해가 의심되는 동물 37마리의 사례가 담겼다.
문제는 지자체가 올해 해당 시설을 여러 차례 점검했고 이 중 한 차례는 동물원 검사관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동물자유연대는 "반복된 동물의 피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현행 점검 기준과 방식이 전시동물의 실제 관리 현황과 처우를 충분히 살필 수 없다는 제도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7년간 회의 단 6번…동물복지 전문가 참여도 부족
미어캣 학대 사건이 발생한 서울의 실내동물원에서 발견된 사막여우(왼쪽)와 토끼. 해당 동물원은 지자체가 여러 차례 점검을 실시했지만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동물원 관리위원회는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동물원 관리 정책을 자문하는 기구다. 5년 단위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 수립을 비롯해 동물복지와 서식환경 개선, 관련 법령·제도 개선, 동물원 검사관 위촉 등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저조했다. 위원회 구성 후 1년 5개월이 지나서야 첫 회의가 열렸으며 이후에는 모두 서면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제2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2026~2030년) 수립을 위한 자문도 서면으로 처리됐다.
검사관 구성의 다양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위촉된 동물원 검사관 25명 가운데 대학교수와 공영동물원·지자체기관 소속은 20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반면 시민단체와 동물보호단체 소속은 2명(8%)에 그쳤다.
이는 동물원 운영과 시설 관리뿐 아니라 동물의 행동과 스트레스, 사육환경의 적절성 등을 동물복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검사관을 40명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인력 확충과 함께 구성의 다양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고 터져도 회의 없어…예방 중심 관리체계 필요
동물원 관리위원회는 대전 오월드 늑대 탈출 사건 이후에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전국 동물원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동물원 허가 전환 목표를 앞당겼지만 관련 자문회의는 개최하지 않았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군포)도 관리위원회의 형식적인 운영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법으로 마련한 관리 제도가 형식적인 운영에 머물러서는 동물의 피해를 막기 위한 본래의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며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해철 의원은 "앞으로 동물원 허가 전환, 검사관 확충 등 동물원 관리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기후부는 동물원 관련 자문 기능을 하는 관리위원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대면회의를 명시화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해철 의원은 최근 동물원 허가를 4년마다 갱신하고 야생동물 판매 시 구매자에게 사육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고 발생 후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점검과 사전 교육을 통해 동물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해피펫]
badook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