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방화 용의자 A씨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이날 7분 간격으로 발생한 두 건의 화재로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뒤 도주했다가 약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께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2026.10.20 © 뉴스1 박지혜 기자
이 씨는 4년 전에도 같은 건물에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방화라는 범죄의 용이성과 결과의 확장성 때문에 이 씨가 반복적으로 방화를 저지르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양빌딩과 신명빌딩에 잇달아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두 곳 모두 특허법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 씨는 전날(20일) 1차 피의자 신문에서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과정에서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씨가 원한을 품은 상대만이 아니라 빌딩에 있던 무고한 시민들까지 휘말릴 수 있는 방화를 택했단 점에서 이상동기 성격의 범행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전 한국범죄심리학회장)는 "방화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에 범행 대상을 특정 공간이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았다"며 "방화범들은 불을 지르면써 억울함이 해소되는 등 카타르시스를 느낄 가능성이 크다. 범행으로 인한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어 방화를 선호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토지 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70대(당시) 채 모 씨가 숭례문에 불을 지른 사건도 비슷한 사례로 분석된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던 채 씨는 자신의 상황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 국보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목을 크게 끌 거란 판단에서였다.
또 전문가들은 노력 대비 효과에 더해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수 있어 방화범의 경우 범행 연속성과 재범 확률도 비교적 높다고 진단했다.
이 씨 역시 4년 전에도 같은 건물 특허법인 직원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협박해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3년 4월 특수협박으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 교수(프로파일러)는 "역삼동 방화범(이 씨)은 4년 전에도 똑같은 범행을 저지르면서 경험치가 누적됐다"며 "한 번 불을 질러본 범죄자라면 다른 쪽으로 전환되기가 거의 어렵다. 묘한 쾌락과 중독성에 빠져들면서 연쇄 방화범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방화범죄 16.3% 가량이 정신장애를 겪을 때 발생했다는 대검찰청의 2024년 통계도 있다. 모든 방화를 정신이상 범죄로 예단할 순 없지만 심리 치료 등 누범자들에 대한 관리가 다소간의 범죄 예방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방화범은 다른 강력범죄를 저지를 자신이 없을 정도로 소심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고, 배경을 보면 울분에 찬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첫 방화에 성공하면 희열을 느끼고 범죄가 반복된다"며 "방화범을 적발할 땐 그 사람에 대한 심리 진단 등을 해야 하고, 누범자들에겐 출소 후 심리 치료 등 사후 관리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legomast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