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세상에 알리려 범행"…반복되는 '개인 원한 범죄' 대책은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1일, PM 01:40

경찰과 소방 당국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21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명빌딩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6.10.21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특허법인 건물 두 곳에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이 불만을 알리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앞서 인천에서 흉기를 휘둘러 시민 10명을 공격한 최충락 역시 자신의 불만을 범행 이유로 밝히면서 개인적 원한에 따른 범죄가 사회 문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불만을 널리 알리고 억울함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면서도, 이 같은 원한 범죄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20일) 역삼동 건물 두 곳에서 잇달아 불을 지른 이 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 불로 40대 여성 변리사 1명이 심정지로 발견됐지만 병원에 이송돼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 특허법인에 개인적 불만이 있던 이 씨가 이번 범행을 미리 계획했다고 봤다.

이 씨는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 2개와 라이터, 인화물질을 구입하는 등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발생 약 4시간 만에 긴급체포된 이 씨는 20일 수서경찰서로 압송되면서 '왜 불을 질렀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사기를 쳐서요"라고 답했다. 그는 "2000년도에 특허를 냈는데 사기를 쳐가지고"라며 방화를 저지른 특허법인 두 곳이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이 씨는 2022년에도 이들 특허법인에 방화를 시도하려다 구속된 전력이 있다. 그는 이들과의 출원 및 종이 등록증 발급 등 문제로 불만을 품고 사무실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개인의 불만이나 원한이 범행으로 이어져 다수의 피해자를 낸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의 대형 상업시설에서 시민 10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된 최충락(59) 역시 "피부질환 치료를 받은 병원에 불만이 있었는데 병원의 신고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며 "(불만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싶어 뉴스거리를 만들려고 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2022년 6월 대구 법무빌딩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던 천 모 씨(53·사망) 역시 자신과 관련된 민사소송에 불만을 품고 수개월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불로 천 씨를 포함해 당시 현장에 있던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방화 용의자 A씨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이날 7분 간격으로 발생한 두 건의 화재로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뒤 도주했다가 약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께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2026.10.20 © 뉴스1 박지혜 기자

전문가들은 개인적 불만을 사회에 표출해 억울함을 해소해야겠다는 심리가 이 같은 범행의 배경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단순히 방화를 함으로써 해당 특허법인에만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심리가 같이 깔려 있다"며 "(자신에게) 억울함을 제공한 특정 요인만 (범행) 대상으로 한정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불만이 있는 경우는) 무언가를 항의해서 얻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쪽의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며 "(인천 흉기 난동의 경우) 칼로 찌르는 것으로 행동한 것이고 이번 경우는 불을 지르는 방식으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 불만이 범죄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심리 치료나 복지 강화 등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연수 동국대 범죄학과 교수는 "불만에서 비롯된 범죄는 개인에게서만 원인을 찾기보다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시스템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누범자 관리를 경찰에게만 맡기는 건 한계가 있는 만큼, 재판에 넘겨진 범죄자에게 처벌과 함께 교화와 개선·치료 등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방화 범죄는 개인적 울분이 쌓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이들이 이를 알리기 위해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방화 범죄가 발생한 초기에 이들에 대한 심리 치료나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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