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AI가 모르는 우리의 이야기'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인공지능(AI)이 인간보다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길 원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의 완성도만이 아니라, 그곳에 있었던 순간과 그 과정에 담긴 자신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진행한 ‘AI가 모르는 우리의 이야기’ 주제 강연을 통해 “AI가 답을 내놔도, 우리는 직접 겪고 싶은 존재”라고 인간을 정의했다.
김 교수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예로 들었다. 온라인에 더 잘 찍힌 사진이 얼마든지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본 작품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는 “여러분의 사진이 여러분의 경험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결과만을 원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학자, 수학자도 마찬가지다. AI가 난해한 문제의 정답을 먼저 찾아내더라도 인간은 그 답을 얻기까지의 탐구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김 교수는 “과학자와 수학자가 원하는 건 최종 결과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과정에 몸과 마음으로 동참하길 원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강연의 주제인 ‘AI가 모르는 우리의 이야기’를 ‘AI가 일깨우는 우리의 이야기’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AI가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따지기보다 AI의 발전을 통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 교수가 경험의 가치를 강조한 것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믿었던 영역이 AI의 발전으로 하나 둘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창의성’이다. AI는 바흐의 음악을 학습해 새로운 곡을 만들고 피카소의 화풍을 모방한 그림을 생성한다.
직관도 마찬가지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인간의 직관이 AI의 계산 능력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흔들었다. 알파고의 4대 1 승리를 두고 김 교수는 “직관이 인간의 강력한 정신적 능력이 아니라 가여운 능력의 한계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가 AI와의 차별점으로 경험과 함께 강조한 또 다른 가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통계물리학자이자 복잡계 연구자인 그는 “개별 구성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 단순한 합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는 인구가 2배인 도시에서는 재산 규모가 약 2.2배로 늘어나는 반면, 도시 운영에 필요한 기반시설은 약 1.8배 수준에 그친다는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사람들이 모여 관계를 맺을수록 더 큰 성과를 내면서도 비용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다.
인간의 뇌 역시 수많은 신경세포가 연결돼 복잡한 정신활동을 수행한다. AI도 이러한 신경망 구조에서 착안해 발전했다. 김 교수는 “함께하면 달라지는 이유는 바로 연결 때문”이라며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배경은 다른 사람과 연결하고 소통하는 능력에 있다”고 말했다.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AI가 모르는 우리의 이야기'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