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할 이태한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7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2026.9.7 © 뉴스1 오대일 기자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의 조사를 받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숨진 가운데, 사망 직원 측은 특검팀이 짜맞추기식, 먼지떨기식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 소속 40대 남성 A 씨를 변호한 법무법인 도담이 22일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지난 20일 피의자 조사에서 A 씨가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특검팀 검사는 선 채로 "아니 일반적인 걸 말하라는데 모른다는 거냐"고 소리쳤다.
A 씨 변호인은 그 자리에서 "사실을 정해 놓고 원하는 답변이 안 나온다고 서서 소리치며 압박하는 것은 강요"라고 항의했으며, 검사는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아서 그런 거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도담은 "검사가 자신의 판단을 사실로 전제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우리 사회가 청산하고자 했던 짜맞추기식 수사"라고 지적했다.
A 씨가 힘들어해 변호인이 오후 6시 30분까지만 조사하자고 요청했으나, 수사팀은 "오후 9시부터는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그 전까지는 수사할 수 있다"며 계속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도담은 "피의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오히려 압박의 논리로 쓴 것"이라고 짚었다.
도담은 "특검 스스로는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았다"며 "하루 종일 신문을 주도한 사람은 형사소송법상 수사 보조자인 사법경찰리(경장)였고, 그가 정면에서 신문하는 동안 검사는 옆에서, 특별수사관은 뒤에서 질문했다. 고인은 앞과 옆, 뒤로 몸을 돌려 가며 답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먼지떨기식 수사"라며 "특검이 수사 대상으로 삼는 사안 가운데에는 제9회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이라는 특검의 목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문스러운 것이 적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날 도담의 김남주 대표변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도 특검 조사 과정에서 A 씨에 대한 야간까지 이어진 조서 열람과 진술 강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특검의 인권 보호 의식과 수사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오후 9시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조서 열람은 그 이후에 하라는 취지로 안내받았다"며 "체포가 아닌 임의수사라면, 수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돌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특검팀이 이번 조사를 '첫 조사'라고 설명한 점도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에서의 첫 조사는 맞지만, 고인은 앞서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두 차례 출석 조사를 받았고, 감사원에서도 두 차례 진술했다"며 "심리적 압박이 누적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A 씨를 오는 26일부터 사흘 연속 소환해 오전 9시부터 오후 9까지 고강도 조사하겠다는 방침도 A 씨에게 알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변호사는 "특검법에는 객관 의무가 있는데,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사실대로 진술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수사기관이 이를 입증해야지 자백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담은 특검팀에 수사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특검이 압수한 고인의 휴대전화와 일기장 등 압수물의 반환을 요청하기로 했다.
김 변호사는 "빠른 시일 내에 특검에 수사 절차의 문제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압수물 중 고인의 일기장과 휴대전화 등을 반환받을 필요가 있어 관련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도담은 "고인이 생애 마지막 날 받은 조사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특검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사 방식을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익명으로 고인의 혐의를 기정사실화하거나 수사와 사망의 무관함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앙선관위 소속 40대 남성 A 씨는 전날(21일) 오전 7시 6분쯤 경기 화성시 봉담읍 상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주거지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의 주거지에서는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 특검팀 조사를 받아 왔던 A 씨는 유서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A 씨가 심야까지 조사를 받았고,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겪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중앙선관위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 돼 20일 심야까지 피의자 조사를 받았던 위원회 직원이 오늘(21일) 아침 유명을 달리했다"며 "특검의 압수수색 등 수사 절차에 성실하고 투명하게 협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위원회 직원이 계속된 수사로 인해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겪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특검팀은 심야 조사나 강압적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고인은 검경 합동수사본부 및 선관위 특검 수사 과정 동안 어제(20일) 처음으로 단 1회 조사받았을 뿐"이라며 "조사 시작부터 귀가할 때까지 변호인의 참여하에 조사가 이뤄졌고, 야간 조사를 원하지 않아 오후 8시 55분쯤 조사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10시쯤 출석해 오후 8시 55분쯤까지 조사가 진행됐고,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을 포함해 5차례에 걸쳐 합계 3시간 20분 동안의 휴식시간을 가져 실제 조사 시간은 7시간 35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선관위의 입장문과 달리 심야 조사는 진행된 사실이 없고, 고인은 조사 종료 후 1시간 45분 동안 조서 열람을 진행하면서 답변 40여 곳을 직접 자필로 수정했다"며 "전체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인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조사 및 조서 내용에 대한 이의제기도 없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선관위 노조는 특검팀의 수사 과정이 반인권적이라고 판단하고, 이르면 23일 선관위 특검을 방문해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특검팀의 독립적인 수사는 인정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나 죽음이 발생해선 안 된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pej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