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겁주고 사기 알리려"…역삼동 연쇄방화 70대 구속, "도망 우려"(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2일, PM 08:34

'역삼동 70대 연쇄방화범' 피의자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10.22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특허법인 건물 두 곳에 잇달아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이 22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이 모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씨는 이날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범행 의도를 묻는 취재진에게 "죽이려는 게 아니라 겁주려고 했다. 사기 치는 것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변리사 등이) 탈출을 못 하게 막으려 했냐"는 질문에는 "아니, 그런 적이 없다. 나라에서 사기꾼을 보호한다"고 주장했고, "특허 등록증이 중요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아울러 "특허법인이 무엇을 속였냐"는 질문에는 준비한 서류를 보여주며 "이걸 잘 보라"고 했다.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 미안은 한데…"라며 말을 흐렸다. 범행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법원으로 들어갔다.

이 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1분부터 낮 12시 1분쯤까지 특허법인 사무실이 있는 역삼동 한양빌딩 4층과 신명빌딩 3층에 잇달아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소방 당국에는 신명빌딩 화재 신고가 먼저 접수됐지만, 경찰은 이 씨가 한양빌딩에 먼저 들어가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불로 5명이 중상을 입고 14명이 경상을 입는 등 총 19명이 다쳤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주변 수색 등을 통해 이 씨의 동선을 추적해 화재 발생 4시간여 만인 20일 오후 4시 16분쯤 서울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인근에서 이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체포 당일 1차 조사에서 범행을 대체로 인정했다. 그는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겁을 주고 이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전날(21일)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는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방화 용의자 A씨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이날 7분 간격으로 발생한 두 건의 화재로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뒤 도주했다가 약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께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2026.10.20 © 뉴스1 박지혜 기자

경찰은 이 씨가 방화를 사전에 계획한 정황과 특정인을 겨냥했다는 내용의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주거지 인근에서 라이터와 인화물질 등을 구입했다. 범행 당일에는 건물 직원에게 특정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근무 여부를 물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범행 당일 소방 당국과 진행한 1차 현장 합동 감식에서는 이 씨가 한양빌딩 4층 사무실 출입구 앞 바닥에 인화성 액체를 뿌리고 불이 확대되는 모습이 CCTV에 담긴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 용기에 대한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했다.

이 씨는 2022년에도 이들 특허법인에 방화를 시도하려다 구속된 전력이 있다. 당시 특허 출원과 종이 등록증 발급 문제 등에 불만을 품고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인 지난해 8월에는 이번에 불을 지른 특허법인 중 한 곳을 사기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같은 달 불송치 처분했다.

이 씨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정신질환 병력을 확인하기 위해 의무기록을 확보하고 있다. 또 범행 전 특정인을 겨냥한 정황이 확인된 만큼 추가 증거를 확보해 살인미수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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