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살인에도 등장한 흥신소…범죄 악용 우려에도 '불법 의뢰' 사각지대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3일, AM 06:00

장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별거하던 부인을 납치해 달아난 혐의로 구속된 26살 남성 김성우가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6.10.20 © 뉴스1 최지환 기자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장모 살인·아내 납치' 사건 등 강력범죄에 이른바 '흥신소'가 잇따라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들 업체의 영업과 조사 활동을 관리·감독할 별도 법률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으면서 유사 범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행위에 대한 사후 처벌뿐 아니라 조사 의뢰 단계부터 관리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0만원에 넘긴 집 주소가 살인으로…반복되는 흥신소 범죄 악용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해 구속송치된 김성우(26)가 범행 전 흥신소에 돈을 지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관련 업체 관계자 일부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흥신소가 관계성 범죄에 연루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12월 이석준은 흥신소에 50만 원을 지급해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의 주소를 알아냈다. 이후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해했고 남동생도 중상을 입었다. 당시 주소는 공무원이 불법 조회한 뒤 여러 흥신소를 거쳐 전달됐다.

2023년 7월에도 한 남성이 좋아하던 여성의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흥신소에 조사를 의뢰했다. 업체 운영자는 여성을 미행하고 사진을 촬영해 의뢰인에게 전달했다. 당시 의뢰인은 피해 여성을 스토킹하며 살인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2021년 12월 17일 오전 서울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12.17 © 뉴스1 이광호 기자

'탐정' 간판은 허용됐지만 관리법 없어…규제 '제자리'
2020년 8월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신용정보회사 등이 아닌 일반 개인이나 업체도 별도의 국가 공인 자격 없이 '탐정' 명칭을 사용해 영업할 수 있게 됐다.

과거 '흥신소' '심부름센터' 등으로 불리던 업체들도 법 시행으로 탐정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합법의 형태를 갖췄으나 별도의 조사 권한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제공하면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이들 업체의 자격 요건과 조사 의뢰 절차, 업무 범위 등을 통합적으로 정한 법률은 부재한 상태다.

관리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사이 탐정 관련 민간자격은 늘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등록된 탐정 관련 민간자격은 135개로, 2020년 16개보다 8배 이상 증가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이혼소송 등에서 증거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여전한 만큼 탐정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런 음성적인 것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업무 범위를 정확하게 명시하면 사무실 운영자들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며 "위법한 조사 활동에 대해서는 자격 박탈이나 등록 취소 등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은 범죄 악용 금지 서약 의무…국내도 등록제 추진
해외에서는 사립탐정업을 제도권 안에서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일본은 2007년부터 '탐정업의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탐정업체는 관할 공안위원회에 영업을 신고하고, 의뢰인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범죄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서면을 받아야 한다. 범죄 악용 가능성을 알게 되면 조사를 해선 안 된다.

올해 3월부터는 경찰이 탐정업체 등에 스토킹 위험성을 알리고 피해자 개인정보 제공을 자제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에는 옛 연인의 주소를 알아내 협박성 편지를 보낸 남성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업체에 추가 정보 제공 자제를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김 교수는 일본처럼 범죄 악용 금지 서약을 받는 방식에 대해 "형식적이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며 "계약을 맺을 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확인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록이 사후 계약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등이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공인탐정 자격제도와 경찰청 등록제, 계약 내용의 서면 교부 및 사건부 작성·보관 의무 등을 담고 있다. 지난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윤재옥·이명수·황운하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업체 등록부터 종사자 교육, 영업 활동에 대한 감독까지 가능해져 무분별한 흥신소 영업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가장 중요한 것은 선발 과정과 훈련·교육"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과 변호사법 등 관계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또 "관리·감독 기관이 생기면 업체 등록에서부터 교육, 규제·감독까지 할 수 있다"며 "관련 법률에 따라 규제하면 지금보다 훨씬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제화 이후에도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개인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과제가 남는다. 김 교수는 "개인정보가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고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많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업체나 기관은 엄하게 처벌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moveg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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