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훈(왼쪽 2번째)씨 모습(사진=대한뇌졸중학회)
이씨는 2012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유학하던 중 왼쪽 중대뇌동맥 영역에 중증 뇌졸중이 발생했다. 오른쪽 편마비와 실어증이 찾아왔고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양손을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는 피아니스트에게 오른손의 마비는 음악 인생의 끝과 다름없었다. 그를 다시 피아노 앞으로 이끈 것은 어린 시절 스승인 전영혜 교수의 한마디였다. 전 교수는 “왼손으로도 연주할 수 있다. 왼손을 위해 쓰인 작품이 1000곡 이상 있다”며 용기를 북돋웠다.
이씨는 치료와 재활을 이어가면서 왼손만으로 피아노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2016년 서울성모병원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고, 미국 신시내티대 지도교수인 제임스 토코 교수의 도움으로 중단했던 박사과정에도 도전했다.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왼손만으로 7차례의 독주회를 마쳐야 했다. 그는 모든 연주회를 완주했고 2017년 신시내티대에서 음악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에도 세 차례 독주회를 열고 두 권의 책과 음원을 발표했다. 올해 5월에는 이천국제음악제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이씨는 이날 발표에서 가족과 스승의 지지가 회복 과정에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해 “내가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으켜줬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곁을 지켜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나는 여전히 연습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꿈꾸고 있다(I am still practicing. I am still dreaming)”며 자신의 도전이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했다.
발표 말미에는 2020년 11월 연주한 스크랴빈의 ‘왼손을 위한 전주곡’ 공연 영상이 상영됐다. 이씨는 “이 음악에서 나의 왼손뿐 아니라 나의 삶과 꿈, 그리고 희망까지 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상이 끝나자 세계 각국에서 참석한 뇌졸중 전문가들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홍근식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은 “이훈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는 뇌졸중 이후에도 회복과 도전이 계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며 “환자가 자신의 삶과 목표를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의료계와 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