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10.23 © 뉴스1 구윤성 기자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항소심 선고 직후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 씨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항소심은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대가로 돈을 지급하려 했다는 공소사실을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했다.
이어 "여론조사의 의뢰와 대납 요청이라는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 증거가 명 씨 진술이 유일하다"면서 "명태균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1심은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메시지 내역이나 만남 시기, 여론조사 자료 공유 내역 등을 토대로 일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명 씨 진술에 대해 "직접 경험한 사실과 단순히 추측에 근거하나 과장되게 진술한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며 "자신이 기존에 한 진술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오 시장이 명 씨에 대한 고소 방침을 밝힌 뒤 본격적으로 혐의를 진술하기 시작한 점, 이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오 시장을 어떻게 엮는지 보라'는 취지로 위협적인 말을 한 점 등을 들었다.
아울러 명 씨가 오 시장 측과 사이가 나빠진 뒤 당선 이후에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해 섭섭한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도 고려했다.
항소심에서 탄핵증거로 채택된 명 씨와 김한정 씨의 통화녹음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쓰였다.
해당 녹음파일은 명 씨가 김 씨에게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내용 등이 담겨 오 시장 측에서 공소사실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던 내용이다.
재판부는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는 명 씨 진술과 관련해 "명태균과 김한정 사이에 2021년 3월 6일자 통화 녹취록에 나오는 명태균의 진술과 맞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최소한 김한정은 명태균의 연락처를 오세훈이 아닌 강철원을 통해서 알게 된 것으로 보이고, 명태균과 김한정 사이 2021년 3월 6일자 통화 녹취록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고 했다.
오 시장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로서는 오세훈이 명태균에게 당장 여론조사를 의뢰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명태균을 통한 여론조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명태균은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김종인에게 접근해 특정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직접 대납을 요청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불법적인 여론조사 비용의 대납을 피고인 김한정에게 대놓고 직접 요청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면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의 수사와 기소를 통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오래된 형사법의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선고 이후 취재진에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서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했다"며 "오세훈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를 해 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상고해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박노수 특검보는 "명태균의 진술뿐만 아니라 공소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증거들이 있다"며 "그런 결정적인 증거에 대해서 오늘 재판부에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 10회를 의뢰하고 후원자인 김 씨에게 조사비 3300만 원을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7월 1심은 이 가운데 여론조사 5건과 관련한 2100만 원의 비용 대납을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21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강 전 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 원을, 김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나머지 여론조사와 관련한 1200만 원 부분은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즉 1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잃고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zionwkd@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