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선관위 특검, 인력 부족·강압수사 논란에 골머리(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3일, PM 06:05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등 선거관리위원회의 12개 의혹을 수사 중인 선관위 특별검사팀(특검 이태한)이 출범 46일째를 맞았지만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난항을 겪고있다. 수사 범위를 전국으로 확장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다.

이태한 특검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방문하며 수사관 파견을 요청했지만 중수청도 인력난을 겪는 탓에 수사관 파견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피의자 사망으로 ‘강압 수사 논란’까지 벌어져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을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을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이 특검은 23일 김지용 중수청장을 30여분 간 예방하고 실무 현안을 논의했다. 그는 △최소 10명의 중수청 수사관 파견 △주요 압수수색 장소에 대한 일시적 수사 지원 △데이터베이스 등 포렌식 전문 요원 지원을 요청했다.

이 특검은 “선관위 특검은 수사 범위가 상당히 넓고, 선거 관리 시스템 서버에 대한 포렌식도 한 달 이상 진행하고 있다”며 “기초 수사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고, 이제 본격적으로 실체 규명에 나서야 하는데 수사 인원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수청 역시 수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수사 기간이 한정돼 있고 국민적 관심사인 선관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야 하는 만큼 필요 최소한의 인원인 10명 정도를 요청했다”고 했다.

선관위 특검법 제7조에 따르면 특별검사가 직무 수행에 필요한 경우 공소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수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에 소속 공무원의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 이에 특검팀은 지난 13일 중수청에 4급 이상을 포함한 수사관 10명의 추가 파견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공문 발송 이후 특별검사가 직접 나서 파견을 요청할 만큼 인력난이 심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 파견검사 현원은 17명으로 현재까지 법정 정원(20명)을 못 채우고 있다. 인력 파견 요청을 받은 중수청도 인력난에 시달리는 탓에 파견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중 66.1% 수준인 1900명만 충원한 채 출범했다. 특검팀이 파견을 요청한 4급 수사관의 현재 근무 인원은 50명이다. 법정 정원(221명)의 22.6% 수준에 불과하다.

김 청장은 이 특검의 파견 요청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검은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청장이 ‘중수청 자체도 지금 인원이 부족한 상태라고 하고 일단 지원자가 있는지 파악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특검은 다만 김 청장이 “일시적인 수사 지원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출범 46일 지났지만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 못해

선관위 특검이 현재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는 없다. 이에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나 영장 발부 등 수사 성과가 다른 특검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인력난과 광범위한 수사 범위 탓’이라고 지적한다.

특검팀은 최근 수사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현재 특검의 수사 사건은 △투표용지 부족 △투표율 통계 허위 입력 △노태악 전 위원장 외유성 출장 △창고계약 특혜 의혹 △공명선거 추진 활동비 등이다. 수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특검은 중수청에 일시 지원을 넘어 수사관 정규 파견을 계속 요청할 전망이다.

이 특검은 수사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우려에 대해 “선관위 특검의 수사는 구속자 수에 중점을 둔 수사가 전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선관위 특검의 수사 중점은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투표용지 부족이라던지, 투표율 조작 등이 왜 일어났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고 실체 파악하는 데 있다”면서 “타 특검처럼 실적을 구속자 수를 목표로 수사하는 건 지양한다”고 덧붙였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17일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17일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피의자 사망 두고 진실공방 격화…수사 동력 악화 우려

최근 불거진 ‘강압수사 논란’도 특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일 선거 용품 입찰 비리 혐의를 받던 중앙선관위 소속 직원 40대 남성 A 씨가 특검의 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도담은 입장문을 통해 특검이 ‘먼지떨기식 강압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특검은 “강압 수사는 없었고, A 씨의 유서에는 오히려 선관위 특검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선관위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특검은 이와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운명 달리한 고인 명복을 빌고 고인의 유가족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 올린다”며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특검팀 입장을 소상히 밝혔기 때문에 공식 언론 공지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특검의 해명에도 도담은 “특검이 고인의 유서를 자신들의 해명을 위하여 사용했다”며 특검에 당시 수사 관여자들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파견을 해제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했다. 강압수사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여러 논란에 휩싸인 특검이 수사 기한 내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 우려한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소청 검사는 수사권이 없고, 중수청도 인력난에 시달려 현재로서는 특검이 어려움을 타개할만한 방법이 딱히 없다”며 “경찰에 수사관 파견을 요청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수사 범위를 넓힐 것이 아니라 핵심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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