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사건반장'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의 사망 합의금을 고모에게 빌려줬다가 오랜 시간 돌려받지 못한 사연이 전해졌다. 아버지는 오랜 세월 끝에 여동생을 찾아갔지만 사과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최근 40대 여성 A 씨가 제보한 가족 간 금전 갈등 사연이 소개됐다.
A 씨에 따르면 어린 시절 가족은 부모님과 남동생까지 네 식구로, 화목하게 지냈다. 당시 형편이 어려워 마땅히 지낼 곳이 없었던 고모는 A 씨 아버지의 배려로 한집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고모는 밤늦게 귀가하거나 외박하는 날이 많아 조카들과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모는 낯선 남성을 집으로 데려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이미 함께 살 집까지 구했다며 당장 집을 나가겠다고도 했다. A 씨 아버지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성과 동거를 시작하려는 여동생을 걱정했지만 고모는 "오빠마저 나를 못 믿느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고모는 집을 떠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 가족에게 비극이 닥쳤다. 당시 10살이던 A 씨의 남동생이 등굣길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가족은 큰 슬픔에 빠졌고, 사고 이후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받았다.그런데 이 무렵 집을 떠났던 고모가 얼굴에 상처를 입은 채 찾아와 함께 살던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고 유산까지 했다며 당장 살 집을 구할 돈이 없다며 오빠 부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A 씨 부모는 고민 끝에 아들의 사망 합의금 전액을 고모에게 빌려줬다. 반드시 갚겠다는 약속을 받고 차용증까지 작성했다. 하지만 고모는 약 100만 원만 갚은 뒤 연락을 끊었다.
이 문제로 A 씨 부모님은 오랜 세월 갈등을 겪었다. A 씨는 "동생이 죽고 나서 부모님은 매일 슬퍼하셨다"며 "합의금을 고모에게 빌려준 뒤에는 제가 클 때까지 수십 년 동안 싸우는 모습만 보고 자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릴 때 기억은 엄마 아빠가 소리 지르며 싸우고 물건이 날아다니던 모습뿐"이라며 "무서워서 방에 숨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고 회상했다.
JTBC '사건반장'
A 씨는 얼마 전 가족끼리 술을 마시던 중 고모에게 건넨 돈이 동생의 사망 합의금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그러나 차용증까지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다행히 고모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고 있었던 아버지를 A 씨는 설득해 29년 만에 고모를 찾아갔다.
고모는 외제 차를 타고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카페에서 마주 앉은 아버지는 여동생에게 "그 돈이 도대체 어떤 돈인데. 내 아들을 잃고 받은 돈이잖아"라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고모는 자신도 평생 힘들게 살았다며 어려운 사정만 강조했다. A 씨는 "오래 기다렸는데 연락 한 통 없으니 너무 괘씸했다"며 "빚을 갚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자기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만 이야기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돈을 당장 갚지 못하겠다면 아버지에게 사과라도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고모는 별다른 답변 없이 카페를 떠났다.아버지는 적어도 여동생에게 사과 한마디는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관계마저 틀어져 크게 허탈해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친여동생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일을 망설이고 있다. A 씨는 부모가 더 나이 들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무작정 소송을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지훈 변호사는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아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일반적인 민사 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이다. 이미 29년이 지난 데다 차용증까지 분실한 상황이라 실제 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rong@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