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0.20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검찰총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부적절하단 지적에 대해 인공지능(AI) 제미나이 답변 글을 올렸다. AI는 '검찰총장과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배제하라는 주장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행정감독권과 정부 통솔 구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궤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대통령의 반박은 틀린 답이라기보단 다른 질문에 대한 답, 동문서답에 가깝다. 애초에 국민의 의문은 '중수청장과 검찰총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위법하냐'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장이 매주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불려 가는 게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지 않겠느냐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것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은 별개다.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중수청과 공소청을 이끄는 수장들이 매주 국무회의에 불려 가서 대통령 지시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에게 어떤 신뢰를 줄 수 있을까. 권력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란 믿음을 국민에게 주는 것도 국가의 몫이다.
특히 중수청과 공소청 모두 검찰개혁으로 막 출범한 단체들이다. 여러 기관 사이 '사건 핑퐁'으로 일반 국민이 피해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다지기에도 바쁜 시기다. 국무회의 배석이 출범 초기 기관의 신뢰성을 흔들면서까지 관철해야 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지금으로선 이 대통령의 AI 답보단 '왜 중수청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냐'는 국민의 의문이 더 자연스럽다.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부터 2025년까지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관행은 지킬법한 이유가 확고해서 유지된다. 정권이 바뀌는 동안 수많은 역대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은 것은 '위법해서'가 아니었다.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건 중 계류 상태에서 재판이 중지된 게 있다. '공소취소'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총장 등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남길 수밖에 없다.
만약 중수청·공소청과 관련해 대통령이 의논할 게 있다면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과 하면 된다. 중수청장은 행안부 장관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지휘할 수 있고 장관들은 국무위원으로서 어차피 국무회의에 참여하게 돼 있다. 대통령이 중수청장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고 싶다면 국무회의에서 배석시키지 않고서라도 가능하다.
물론 대통령이 국무회의 배석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아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김지용 중수청장 등도 초대 청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국무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단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김 청장은 취임식에서 "어떤 사건을 다루든, 수사의 대상이 누구든, 지위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수사의 정치화 청산'은 취임 전부터 밝혀 온 중수청 운영 방침이었다.
하지만 수사의 독립성은 말로 선언하는 게 아니라, 권력과의 거리로 증명하는 것이다. 수사의 정치화를 청산하겠다고 거듭 약속해 놓고, 취임하자마자 전례 없는 국무회의 참석을 이어간다면 그 자체로 내세운 원칙과 행동이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 청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냔 질문에 "관련 법령과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적정히 결정하겠다"고 답한 뒤 다음 날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국무회의 배석 논란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취지의 동문서답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김 청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 청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건 원칙을 지키려면, 국무회의 참석이 과연 그 원칙에 부합하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