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낙찰받고 등기까지 했는데, 대법원은 왜 철거 판결을 뒤집었을까[판례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4일, PM 01:07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아파트나 연립주택 같은 집합건물은 호실을 팔면 그 땅 지분도 함께 넘어간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제20조 제2항은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고 정한다. 호실 주인이 땅에 대해 가지는 권리(대지사용권)만 따로 떼어 팔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사 중인 건물은 언제부터 이 보호를 받는 집합건물이 될까.

땅 낙찰받고 등기까지 했는데, 대법원은 왜 철거 판결을 뒤집었을까[판례방]
경남 남해의 한 땅 위에 4층 연립주택 3개동, 80세대가 서 있다. 2001년 착공했지만 항소심 변론이 끝날 때까지도 준공되지 않았다. 2021년 한 회사가 경매로 이 땅을 샀다. 매각대금을 내자 땅에 마쳐져 있던 압류등기 등은 모두 말소됐다. 이 회사는 건물 소유자들을 상대로 건물을 철거하고 땅을 넘기며, 그동안 땅을 쓴 대가에 해당하는 부당이득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회사의 청구를 받아들였고, 항소심도 같은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달리 보았다.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5다218240 판결).

땅 주인인 건설회사는 2002년부터 건축주로서 공사를 진행했다. 2004년 2월 거제시가 체납세금 때문에 땅을 압류했다. 2005년 12월에는 3개동 중 2개동의 외부와 내부 구분 골조공사가 끝났다. 나머지 1개동은 외부 골조공사조차 마치지 못했다. 2007년 10월 건설회사는 땅에만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그 뒤 건설회사는 땅과 건물 상당 부분을 다른 회사에 넘겼다. 2021년의 경매는 2007년의 근저당권을 실행한 것이었다.

1심과 항소심은 2004년 압류등기 때를 기준으로 삼았다. 압류등기 뒤에 구분소유가 성립했다면 근저당권이 먼저 설정된 경우와 같이 보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 무렵 건물은 구조상·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구분소유가 성립하지 않았고, 경매로 땅을 매각한 것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압류등기 전에 작성된 공사 현장 보고서에 “전체 공정의 약 14% 진행됨”이라고 적힌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먼저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을 짚었다. 구분소유는 1동의 건물과 각 호실이 객관적·물리적으로 완성된 때 성립한다. 판단 기준 시점은 근저당권을 설정한 2007년이다. 그때 2개동은 골조공사를 마쳐 사업계획승인 내용과 사회통념상 같은 정도로 지어져 있었으므로 구분소유가 성립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그 뒤 땅에만 설정한 근저당권은 분리처분 금지에 어긋나 무효이고, 그 근저당권에 따른 경매도 무효다.

앞선 압류등기가 있었다는 사정도 결론을 바꾸지 못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압류등기는 원래 말소될 등기가 아니었다. 무효인 경매에서 말소됐다고 해서 압류에 따른 처분이 유효하게 이뤄진 것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근저당권 설정 당시 외부 골조도 없던 나머지 1개동 부분은 근저당권이 유효할 여지가 있다. 이 부분에서 경매로 땅을 산 회사가 땅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했는지는 환송 뒤 부산고등법원이 다시 심리해야 한다.

1심·항소심과 대법원은 어느 등기를 기준으로 삼느냐에서 갈렸다. 땅을 건물과 떼어 담보로 내놓은 행위는 2007년의 근저당권 설정이었고, 경매도 그 근저당권에서 시작됐다. 대법원은 분리처분이 금지되는지를 바로 그 처분 시점의 건물 상태로 따졌다. 집합건물법 제20조는 대지사용권 없는 호실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는 규정이다. 골조까지 올라간 수십 세대 건물이 땅 경매 한 번으로 철거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따질 때, 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에 더 맞는다고 본다.

이 판결은 등기사항증명서만 보고 미완성 건물이 선 땅을 경매로 사는 데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보여 준다. 대지권 등기가 없어도, 땅 주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건물이 이미 골조를 갖췄다면 경매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입찰 전에 건축 경과와 공사 진척을 시점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사가 멈춘 건물의 호실을 가진 사람도 언제 골조가 완성됐는지를 보여 줄 자료를 챙겨 두는 편이 좋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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