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0.23 © 뉴스1 구윤성 기자
시장직 상실 위기에 놓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은 오 시장이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특히 선거에서 이기려는 정치적 동기가 있었다고 해서, 이를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여론조사를 의뢰할 범행 동기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24일 뉴스1이 입수한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심과 달리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명 씨를 통한 여론조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고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오 시장에게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고, 이에 따라 1~3번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본 1심 판단과 대치된다.
1심은 오 시장이 경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공표용 여론조사를 기대했던 것으로 봤다. 또 부수적으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접점 형성을 기대하고, 명 씨를 검증할 필요도 있었다고 보고 범행 동기를 일부 인정했다.
반면 2심은 "오 시장은 2021년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당시 후보를 이기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으므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할 동기는 있어 보이지만, 이는 선거에 임하는 후보로서 당연히 갖는 정치적 동기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이어 "오 시장이 정치자금법 등에 위반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려는 행동에 대한 동기로까지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오 시장 캠프 측에서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은 명 씨에게 은밀하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금전을 지급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2심은 오 시장 캠프 측이 명 씨의 여론조사 방법 등에 의심을 품고 있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오 시장 캠프 실무진은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명 씨 여론조사의 표본·가중치가 잘못됐다며 "여론조사로써 쓸 가치가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고 이런 캠프 내 지적이 오 시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봤다.
아울러 오 시장이 모 음식점에서 명 씨를 '선거 전략가'로 소개받은 것은 맞지만 해당 식사 자리에서 구체적인 여론조사 방식·선거 판세 분석에 관해 확인하거나 여론조사 실시를 협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명태균은 '정치적 입지'·김한정은 '캠프 인정'…독자적 동기 가능성
오히려 2심은 김한정 씨와 명 씨가 오 시장의 지시와 별개로 여론조사에 관여할 개인적 동기가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오 시장에게 장기간 후원금을 지급하는 등 후원자의 역할을 했으나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까지 선거캠프 등에서 특정 역할이나 보직은 부여받지 않은 상태였다.
김 씨가 오 시장과 문자메시지 5건, 텔레그램 메시지 18건을 주고 맡은 것은 사실이나 이마저도 오 시장이 "고맙습니다!ㅎㅎ"라고 답장한 것 외에 별다른 상호작용은 없었다.
이에 2심은 "오 시장이 김 씨에게 적극적으로 무엇을 부탁할 정도, 특히 불법 정치자금을 요구할 정도의 친밀한 관계라거나 다른 후원자들보다 각별한 사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에 대해서는 "오 시장과 친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선거 캠프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홀대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가 오 시장에게 도움을 주거나 캠프에서 인정받고 싶은 개인적 동기에서 자발적으로 명 씨와 관계를 이어가며 돈을 지급했다는 김 씨 측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씨가 실제 명 씨에게 지급한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어떤 여론조사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던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7 © 뉴스1 김성진 기자
2심은 명 씨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재판부는 "명 씨가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인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고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접근해 특정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했다.
명 씨는 오 시장 측과의 관계에 따라 불리한 일부 여론조사 발표를 지연시키거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명 씨의 동업자 강혜경 전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명 씨는 오 시장 캠프 측이 우위를 자신하던 시기에 "오세훈 1등 하는 조사를 가져다주면 안 된다. 건방지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한 비공표 여론조사에서는 명 씨가 오 시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결과 자료를 수정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2심은 결국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명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1심이 당시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언론 보도, 오 시장 캠프 관계자들과 명 씨의 교류 내역 등을 토대로 일부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한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1심 채택 통화녹음, 2심은 '위법수집증거' 배제
1·2심은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두고도 판단이 엇갈렸다.
2심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제출한 증거 중 일부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소송법은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2심은 창원지검이 2024년 9월 30일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확보한 강혜경 씨의 갤럭시 S23 울트라 휴대전화와 관련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창원지검의 압수수색 영장은 김영선 전 국회의원·명태균·강혜경 등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목적으로 발부됐다.
재판부는 "압수물을 별도 영장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 영장주의 원칙 등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별도 영장을 발부받는 것이 수사의 긴급성에 비춰 어려웠다고 볼 사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강 씨의 휴대전화에는 김 씨가 강 씨에게 오 시장 캠프 쪽 주선으로 명 씨를 처음 만났다는 녹음 파일이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음은 1심에서 적법한 증거로 채택됐다.
특검팀이 전날 상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만약 2심의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이 걸린 이번 사건의 걸린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된다.
realkw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