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도, 증거도 두 번씩"…검찰개혁 3주, 국민 발걸음만 바빠졌다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5일, AM 07:05

13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앞에서 한 시민이 현판을 촬영하고 있다. 2026.10.13 © 뉴스1 안은나 기자
"고소장을 어디에 내야 하죠?" 투자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A 씨는 지난 20일 서울지방중대범죄수사청 민원실을 찾았다. 이미 서울경찰청에 접수한 고소 사건이 일선 경찰서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더 큰 수사기관에서 신속히 사건을 맡아 처리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수청을 찾은 A 씨에게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기존 고소를 취하하고 중수청에 다시 고소하라'는 안내를 받았다는 그는 "기존 고소를 취소했다가 반의사불벌죄로 재고소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피해를 호소하려 찾은 곳에서 절차부터 따져야 했던 셈이다.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이 시행된 지 3주를 넘기면서 혼란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민원인들은 고소장을 중수청과 경찰서에 '동시 접수'하거나, 추가 증거를 내러 검사를 찾았다가 '경찰서에 접수하라'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사건 접수 어디에"…중수청·경찰서 동시 접수 급증
25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최근 수사기관들은 중수청과 경찰서에 동시 접수된 고소·고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수청은 6대 범죄(부패·경제·방산·마약·내란 및 외환·사이버·법왜곡죄) 수사를 담당하는데, 민원인이 자신의 사건이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중수청 관계자는 "일반 시민 입장에선 자기 사건이 중수청의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법적 개념이 어렵고 모호할 수밖에 없다"며 "막연히 중수청이 큰 규모의 수사기관이니 사건을 맡기려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이어 "고소장을 (중수청과 경찰서에) 둘 다 접수하는 트렌드가 생겼다고 하더라"고 했다.

사건 관할 문제는 수사기관 차원에서도 까다로운 문제다. 서울중수청이 지난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중대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통보했던 '금융기관 인공지능(AI) 해킹 사건'을 수사 불개시 결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수청 내부에선 경찰이 사건 통보 근거로 삼은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선 중수청 수사 대상인 '중대범죄'가 개별 죄명 중심으로 나열돼 경찰과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었다. 특히 한 사건에 여러 혐의가 뒤섞이거나,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가 포착돼 관할 중첩 문제가 생길 경우 어디서 수사를 맡아야 할지 해석부터 난제가 될 수 있다.

동일 사건의 중복 접수가 '사건 지연'을 초래할 수 있는 점도 부작용이다. 예컨대 동일한 고소 사건이 중수청과 경찰서에 중복 접수되면 사건 병합과 이첩 등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 수사기관들로선 불필요한 행정이 늘어나고, 민원인 입장에서도 사건 처리가 더뎌지는 구조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2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6.10.2 © 뉴스1 최지환 기자

송치 후 증거 제출도 문제…"검사님, 받아도 되나요?"
우여곡절 끝에 사건이 공소청으로 송치되면 민원인의 발걸음은 더 바빠진다. 추가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검사를 찾아가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어서다. 결국 범죄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은 증거 자료의 사본은 공소청에, 원본은 수사기관에 두 번 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안미현 대전지방공소청 천안지청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41기)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도대체 어디에 내야 하나요' 제목의 글을 통해 사건관계인이 제출하는 증거 자료나 합의서 등 놓고 공소청 내부에서도 명확한 지침이 정해지지 않아 실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은 검사가 기소 여부 결정이나 공소유지 등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이나 고소인 등의 면담으로 취득한 진술·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내부 혼선이 이어지자 공소청 본청은 '고소취소나 처벌불원 합의서는 제출받아도 된다'는 의견을 공지했지만, 처벌불원 의사가 있어도 죄를 물어야 하는 사기죄 등에 대해선 추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검사는 "매일 사건관계인들이 무언가 제출하겠다고 공소청에 들고 오고, 직원들은 제게 '검사님 이거 받아도 되나요'라고 질문한다"고 하소연했다.

법조계에선 '똥개 훈련'이라는 거친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사건관계인은 어차피 검사에게 전달해야 할 자료인데도 부득이 경찰을 경유해야 하고, 검사도 눈앞에서 자료를 내미는 사건관계인에게 '일단 경찰서부터 가시라'고 안내하는 극단적인 비효율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의 공소청 검사는 "범죄 피해자가 사건을 송치한 수사기관에 추가 자료를 제출해서 공소청이 추송(추가 송치) 받으면 된다"면서도 "누구를 위한 비효율이냐"고 했다. 다른 부장검사도 "국민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입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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