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대회 600여개·100만명 달리는데…마라톤 안전기준 아직 '출발선'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5일, AM 08:00

5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일대에서 열린 제23회 강남국제평화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2026.10.5 © 뉴스1 구윤성 기자

마라톤 대회가 올해 600여 개나 열릴 정도로 '대중화'했지만 참가자 안전 사고에 대한 관리·대응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가자 안전을 좌우하는 의료인력·장비 배치계획이 일관된 기준 없이 사실상 주최 측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이 '마라톤 대중화 시대'에 걸맞지 않게 구체적인 안전 기준을 명시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런 가운데 최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여성이 달리던 도중 쓰러져 숨지면서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전계획 세워야 하지만…의료진·장비 배치는 대회마다 제각각
현행 국민체육진흥법령은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체육행사에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계획에는 의료요원·안전요원 확보와 배치, 사고 발생 시 대응 방안 등을 담아야 하지만, 마라톤의 참가 규모나 코스 길이에 따른 구체적인 안전물자 배치기준은 없다.

마라톤 대회에 적용되는 응급의료법령도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행사에 응급구조사·의사·간호사 중 1명과 구급차 등 1대를 확보하도록 하는 수준이다.

민간 대회 주최자가 세운 안전계획을 지자체에 제출하고 검토받도록 하는 공통 절차도 없다. 주최 측에서 자체 계획을 세우더라도 계획의 적절성이나 준수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육상연맹 관계자는 "마라톤 대회는 2000명부터 3만 명까지 규모가 다양한데, 대회마다 안전관리 편차가 매우 큰 상황"이라며 "일부 소규모 대회는 구급차만 세워두고 심장충격기 등 필요한 장비를 갖추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마라톤 대회 참가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마라톤 대회의 연간 누적 참가 인원은 2023년 73만 7681명에서 2024년 100만 812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마라톤 대회 일정 사이트에 등록된 대회는 608개에 이른다.

대회 도중 응급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달리기에서는 하프코스에 참가한 20대 여성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같은 날 울산마라톤에서는 참가자 21명이 온열질환 증세로 이송됐고, 지난 17일 경주마라톤에서도 20대 참가자가 고열과 전신 쇠약 증상을 보이며 실신했다.


내년 안전계획 사전 검토 도입…"코스 특성 반영한 최소 기준 필요"
지난 20일 공포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내년 4월 21일부터 마라톤 행사 주최자는 안전관리계획을 관할 지자체에 미리 통보해야 한다. 지자체는 보완을 요구할 수 있으며, 도로를 사용하는 행사는 경찰·소방 등이 참여하는 안전협의회를 통해 계획의 실행 가능성과 인력·장비 확보 여부 등을 확인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사전 검토 도입과 함께 마라톤 특성을 반영한 의료지원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천 명이 긴 코스에 흩어져 달리는 만큼 의료진과 장비의 확보뿐 아니라 구간별 배치와 환자 이송 동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마라톤의 특성에 맞춘 안전관리 지침과 심사 절차를 운영한다. 일본육상경기연맹은 가급적 5㎞마다 구호소를 설치하고, 자동심장충격기(AED)를 탑재한 차량이나 자전거를 2∼4㎞ 구간당 1대씩 배치하도록 권고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도로 달리기 대회 등의 의료계획을 응급의료기관이 심사하도록 해 행사 허가 절차와 연결하고 있다.

스포츠안전재단이 지난 8월 공개한 마라톤 안전관리 매뉴얼도 AED를 탑재한 구급차를 코스 2.5㎞당 1대 수준으로 배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지침을 대회 규모와 코스 여건에 맞춰 지자체가 검토할 수 있는 기준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한육상연맹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안전계획을 제출받아 검토할 때 참고하고, 소규모 대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최소 안전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마라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정지와 열사병에 대비한 구간별 의료 배치가 필요하다"며 "코스가 긴 만큼 구급차와 자동심장충격기를 최소한 5㎞ 구간마다 배치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 함께 있어야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bany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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