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앞에서 경찰이 등굣길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2026.10.22 © 뉴스1 오대일 기자
경찰이 음주 운전 혐의자에게 입을 헹굴 물을 안 주고 잰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결과는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환송했다.
경찰은 2023년 12월 저녁 8시쯤 도로 한가운데서 차량 시동을 켜둔 채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김 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잠든 김 씨를 지구대로 옮겨 벤치에 눕혔다. 경찰이 종이컵에 물을 담아 다가갔지만 깨우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고, 이후 누워 있는 김 씨의 입 근처에 측정기를 거듭 갖다 대며 측정을 시도했다. 김 씨는 오후 8시 50분께 갑자기 일어나 숨을 불어넣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로 나왔다.
검찰은 측정 결과보다 낮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로 김 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 씨는 2019년에도 음주 운전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김 씨는 재판에서 "음주 측정 당시 경찰이 입 헹굼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입 안에 잔류 알코올이 남아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과하게 측정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에서 0.08% 사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모두 김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소파에 누워 있던 김 씨가 갑자기 음주측정기를 입에 물고 바람을 불어, 경찰이 사전에 음용수를 제공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측정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며,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입 헹굼 물을 제공하지 않고 측정한 결과는 아예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경찰관들이 김 씨에게 입 헹굼 물을 실제로 제공하지 않고 호흡조사 음주측정을 함으로써 시행규칙에서 정한 '입 헹굼 물 제공 절차'의 실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했다.
이어 "경찰관들은 지구대 벤치에 누워 자고 있는 김 씨를 깨워 입 헹굼 물을 제공하면서 물로 입 안을 충분히 헹궈낼 것을 안내, 권유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며 "그렇게 하지 못할 부득이한 사유가 없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호흡조사 음주측정만을 거듭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당시는 '입 헹굼 물 제공 절차'가 경찰청 내부 지침인 교통 단속 처리 지침에 정식으로 도입돼 공식적으로 전면 시행된 지 6년 넘게 지났을 뿐만 아니라, 시행규칙 조항이 신설돼 시행된 지도 반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관들은 모두 호흡조사 음주 측정 전 운전자에게 입 헹굼 물을 제공해야 하고 그것이 매우 중요한 절차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o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