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추진…형벌 체계 모순은 과제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25일, PM 01:39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정부가 흉악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추진한다. 흉악범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가석방될 여지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다만 수형자의 교화 기회를 원천 차단한다는 우려와 사형제 유지에 따른 형벌 체계 모순 등 헌법적 논란도 예상된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초안전사회 범정부 대응 회의'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통해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해 피해자와 유족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원철 법제처장도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이 사형을 대신할 효과적인 대응이라며 찬성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형법 제72조에 따르면 무기형을 선고받은 자는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 20년이 지난 후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올해 가석방된 무기수형자는 총 13명이다.

하지만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정도의 죄를 저지른 자를 가석방하는 건 옳지 않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매번 발의돼 왔다.

법무부는 지난 2023년 10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흉악 범죄로 인생 전부를 잃은 피해자와 평생 고통받아야 하는 유족의 아픔을 생각하고,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했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흉악 범죄들이 일어나며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논의가 다시 물살을 탔다.

지난 20일 광주지법과 광주고법 대상 국회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광주 여고생 살해'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장윤기가 가석방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족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에 만족하겠는가"라며 "광주고법은 시민 정서를 감안해 최고형(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고 했다.

2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대전고등·지방·가정·회생법원, 광주고등·지방·가정·회생법원, 특허법원, 청주·전주·제주지방법원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서 참석자들이 선서하고 있다. 2026.10.20 © 뉴스1 박지현 기자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4년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무기형 추진 입장을 공식화하며 해당 법안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측은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위해 필요한) 형법 개정 논의 과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수형자의 교화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인간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럽인권재판소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교화 정도를 심사해 석방을 검토할 '최소한의 현실적 기회'조차 박탈하는 절대적 종신형은 인간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면서도 형법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만 추가하는 것은 형벌 체계의 모순을 낳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와 사실상 격리 효과가 같은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면 양형의 체계적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3년 법무부 개정안 추진 당시 대법원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대체 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흉악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 교차한다.

한 현직 검사는 "무기징역수들도 가석방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가석방이 없다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강력한 느낌이 들 테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흉악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사회 복귀를 평생 차단하는 만큼 교화 가능성이나 오판 구제 방안 등을 신중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적용 대상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고하고 재심사할지, 재심사 시점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도입 여부와 구체적 제도 설계는 충분한 헌법적·형사정책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jae@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