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로 배운 AI 해커, 대기업·병원 뚫었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6일, PM 07:43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악용해 국내 기업 수십 곳의 전산망을 뚫고 수백만 건의 개인정보를 탈취한 뒤 돈을 요구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규모 해킹 범죄 피의자를 검거한 것은 국내 최초 사례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공갈 혐의를 받는 해킹 협박 일당이 지내던 공간(사진= 서울경찰청)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공갈 혐의를 받는 해킹 협박 일당이 지내던 공간(사진= 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공갈 혐의로 총책 A 씨를 구속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생성형 AI 등을 이용해 국내 업체 90여 곳의 시스템에 침입했다. 이를 통해 학원, 병원, 골프장, 대기업 계열사 등에서 개인정보 820만 건 이상과 사내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해킹 후 피해 업체에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유출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 메일을 보내며 과징금 부과나 손해배상 소송 등을 거론해 압박했다. 현재까지 38개 업체를 상대로 총 3억6000만원 상당의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킹 협박 일당이 업체 등에 보낸 협박 메일 (사진= 서울경찰청)
해킹 협박 일당이 업체 등에 보낸 협박 메일 (사진= 서울경찰청)
조사 결과 총책 A 씨는 IT 비전공자로, 블로그 등을 통해 독학으로 해킹 기술을 익혀 모의 해킹 업무를 수행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에는 자동화 도구를 직접 조작하다가, 이후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에 쓰였던 ‘AI 자율 침투 테스트 시스템’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 조직이 아닌 개인도 AI를 통해 손쉽게 대규모 해킹을 저지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수사에는 경찰의 자체 AI 분석 도구도 활약했다. 서울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로부터 고성능 AI 컴퓨터를 지원받아 수사 자료가 외부로 전송되지 않는 ‘내부망 생성형 AI 분석체계’를 구축하고 침해 로그 분석 등 전용 도구 3종을 개발해 적용했다. 수사팀은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해 수사 착수 4개월 만에 가담자 전원을 검거하고 탈취된 개인정보를 회수했다.

경찰은 총책 A 씨를 구속 송치하는 한편, 아직 피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75개 업체 관련 혐의와 범죄수익 추적 등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I를 악용한 지능화 범죄에 대응해 수사 현장의 AI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유출 협박을 받더라도 범인과 협상하거나 돈을 보내지 말고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사건 개요(사진= 서울경찰청)
사건 개요(사진= 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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